마하(摩訶)
마하(摩訶)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23.11.02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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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우리 민족과 오랜 세월 함께 해온 불교! 불교의 핵심 가르침을 간략하게 압축하고 있는 대표적 경전인 반야심경은 마하(摩訶)로 시작된다. 반야심경의 원제목이 `마하 반야 바라 밀다 심경'으로 제목의 첫 번째 등장하는 `마하'는 모두, 크다, 위대하다는 의미의 산스크리트어 `Maha'를 음사(音寫)한 말이다. 크고 위대하다는 것은 어떤 것과 비교한 뒤, 상대적으로 크고 위대하다는 것이 아니라 절대적 큼과 위대함을 말한다.

이 같은 맥락에서 달마대사께서는 무한소와 무한대를 공히 아우르는 인간의 마음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하신 바 있다. “심심심난가심(心心心難可心) 관시편법계(寬時遍法界) 착야불용침(窄也不容針)” 즉, 마음이라고 마음하는 이 마음이여! 넓을 때는 법계에 충만하고 좁기로는 바늘 끝도 용납지 않는다는 의미의 가르침이다.

신라 시대 화엄의 법석을 펼치신 의상조사께서도 법성게를 통해 시공을 초극(超克)한 `마하'의 화엄 법계를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 일체진중역여시(一切塵中亦如是) 무량원겁즉일념(無量遠劫卽一念) 일념즉시무량겁(一念卽是無量劫)” 즉, 한 티끌 속에 시방세계가 머금어져 있고, 모든 티끌들 속에도 시방 세계가 있네. 헤아릴 수 없는 영원의 원겁이 한순간이고, 찰나의 일념이 곧 끝없는 영원의 시간인 무량겁이라는 의미다.

불교 수행의 핵심을 수록하고 있는 휴휴암(休休庵) 좌선문의 대포무회(大包無外) 세입무내(細入無內) 즉, 크게는 바깥이 없는데까지 포함하고 작게는 안이 없는데까지 들어간다는 가르침 또한 `마하'의 의미를 확연히 드러낸 가르침이다. 환웅 천제께서 오늘날의 수상격인 원보 팽우에게 전수하셨다는 총 366자의 `삼일신고'도 천훈(天訓)을 통해 천(天) 즉, 한울이란 말로 마하를 대신하고 있다. “창창비천(蒼蒼非天) 현현비천(玄玄非天) 천무형질(天无形質) 무단예(無端倪) 무상하사방(无上下四方) 허허공공(虛虛空空) 무부재(无不在) 무불용(无不容)” 즉, 저 푸른 것이 하늘 아니며, 저 가물가물한 것이 하늘 아니다. 하늘은 형체도 바탕도 없고, 시작도 끝도 없으며, 위아래 사방도 없고, 겉도 속도 다 텅 비었고, 어디나 있지 않은 데가 없으며, 무엇이나 싸지 않은 것이 없다는 의미로 마하가 무엇인지 극명하게 드러낸 가르침이다.

`절대적으로 큰', `오직 하나인' 이것과 저것으로 나누어지지 않는 `하늘', `한', `온' 등을 의미하는 `마하'는 도덕경 25장이 밝힌 우주 만물의 근원자적 존재인 도(道)와도 일맥상통한다. “유물혼성(有物混成) 선천지생(先天地生) 적혜요혜(寂兮寥兮) 독립불개(獨立不改) 주행이불태(周行而不殆) 가이위천모(可以爲天下母) 오부지기명(吾不知其名) 자지왈도(字之曰道) 강위지명왈대(强爲之名曰大)” 즉, 한 물건이 있는데 하늘과 땅보다 먼저 생겨났다. 그것은 소리도 없고 형체도 없이 텅 비어 공(空)한데 그 무엇에도 의존함 없이 홀로 우뚝 서서 여여(如如)하고, 없는 곳이 없이 두루 펼쳐져 있는데도 위태롭지 않다. 나는 그 이름을 알지 못하나 그것의 자(字)를 도(道)라 하고 억지로 이름을 붙인다면 대(大)라고 할 것이라는 의미다.

`Maha'를 음역한 반야심경의 마하! 알 수도 없고, 모를 수도 없으며, 함께 할 수도 없고, 떠날 수도 없는 마하! 마음, 하느님, 도 등으로도 불리며 순간과 영원을 하나로 회통하고 있는 이 한 물건은 무엇인가? 이 뭣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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