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리나무
싸리나무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10.09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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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구의 동화속 풍경
재섭이가 다니는 싸리골에 위치한 대동 초등학교는 전교생이 얼마 안 되는 작은 산골 학교입니다. 그래도 없는 게 없는 학교죠.

파란 하늘에 목화송이 같은 구름이 잠시 내려와 쉬어 가는 연못이 두 개나 있고요. 조금 있으면 100살이 된다는 노랗게 물이 든 아름드리 은행나무도 있죠. 어디 그 뿐인가요. 높낮이가 다양한 철봉도 엄청 길고요. 고개를 살짝 숙이고 책 읽는 모자 쓴 하얀 소녀 동상도 얼마나 큰지 모릅니다.

이런 학교에 다니는 재섭이와 학생들은 가을이면 싸리나무가 지천인 학교 뒷산에 가서 싸리나무를 베어 옵니다. 싸리비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지난해에는 자매결연 한 서울의 큰 초등학교에 싸리비를 선물했고, 서울학교 학생들은 학용품을 선물했지요. 아이들은 기차 모양의 연필깎이와 자석필통이 신기해 몇 번이고 만져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봄 방학 때 반장인 재섭이와 몇 몇 아이들은 서울로 초대를 받았죠. 재섭이는 진규라는 아이네 집에서 하룻밤을 지냈었지요.

뒷산에 도착한 재섭이는 싸리나무를 꺾습니다. 잠시 후 오늘도 가슴 가득 싸리나무를 안고 내려오는 재섭이는 분칠을 한 듯한 하얀 진규의 얼굴을 생각해 봅니다.

재섭이가 만든 싸리비로 진규가 학교 운동장을 쓸거라고 생각하니 흐뭇하고 점점 기분이 좋아집니다.

학교 운동장에 아이들은 한아름씩 싸리나무를 안고 모여듭니다. 어느새 운동장 한 편에는 싸리나무가 높이 쌓이고, 아이들은 싸리나무 베느라 맺혔던 땀이 식자 조금 추워지는지 두 귀를 두 손으로 감싸며 호-호 입김을 불어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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