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수해 농산물 제가 다 팔아드릴게요
어르신 수해 농산물 제가 다 팔아드릴게요
  • 최보람 청주시 청원구 산업교통과 주무관
  • 승인 2023.08.03 17:13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열린광장
최보람 청주시 청원구 산업교통과 주무관
최보람 청주시 청원구 산업교통과 주무관

 

지난 7월 청주시에 며칠 동안이나 많은 비가 쏟아졌다.

무섭도록 쏟아지는 비에 농업인들은 그저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렸을 것이다.

여름 햇살 가득 머금어 무럭무럭 성장해야 할 시기임이 분명한데 폭우로 인해 벼는 잎새가 보이지 않을 만큼 논마다 가득 잠겼으며 시설 하우스도 동마다 물이 들어차 버려 농업인들은 정성 들여 가꾼 작물을 제 손으로 죄다 뽑아내어야 했다.

비가 조금씩 그치고 날이 개자 농가에서는 한숨을 푹푹 쉬기 바빴다. 엉망이 된 영농현장, 농사에 투자했던 비용과 노동력이 허무함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것을 모르는 바 아니기에 우리 공무원들도 매일 매일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인력이 필요한 곳을 찾아다니며 하루라도 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했다.

30도가 넘어가는 폭염 속에서 연신 땀을 뻘뻘 흘리며 복구 작업에 열중하는 직원이 있는가 하면 매일 매일 몇십 건의 피해 신고를 접수하고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현장을 확인하는 직원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다들 바쁘게 움직이는 현 상황에서 내가 농업인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던 차에 회의 때 도출된 아이디어인 `농산물 팔아주기'를 맡아 진행하게 되었다.

참여할 농가가 있을지 여러 작목반과 이·통장협의회, 시설하우스 농가 등을 대상으로 조사하여 두 군데의 버섯 재배 농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그중 한 곳은 피해가 심각하여 일손 지원을 나가기도 한 곳이었다.

버섯재배사에도 물이 들어차고 흙이 쓸려 내려왔으며 시설이 일부 무너져 복구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 텐데 판매 수익이 없어 걱정을 많이 하고 있었다는 농업인의 말에 이 농산물 팔아주기가 갖는 의미를 다시금 새기게 되었다.

구청장님께서도 “적극 추진하기 바란다”며 격려를 건넸다.

어느 정도 계획을 세운 뒤 청주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홍보를 시작했다. 첫날 몇 건 신청이 들어왔지만 기대한 수준은 아니었기에 짧은 신청 기간 과연 농가에 도움이 될 만한 규모가 될지 걱정이었으나 그 걱정이 무색하게도 단 3일 만에 청주시 직원 110여 명이 동참해 주었다.

농가에서도 이렇게 많은 물량을 주문할 줄 몰랐다며 놀라는 눈치다. 걱정을 덜었다면서 연신 기뻐하시는 모습에 뿌듯함을 감출 수 없었다. 흔쾌히 동참해 준 직원들에게도 감사하고 조금이나마 농업인들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 또한 기뻤다.

농산물 팔아주기가 성황리에 끝나고 나서 다시 생각해 본다.

이번 호우로 인해 열정을 바쳐 키우던 모든 작물을 뽑아버리고 엉망이 된 하우스와 밭을 보는 농업인의 심정을 아직 3년 차 공무원인 내가 감히 안다고 얘기할 수 없지만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리고자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농산물 팔아주기 운동을 통해 함께 위기를 극복하고 싶었다.

앞으로도 농업인들과 함께 상생하는 공무원으로서 농업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오창일미 2023-08-04 10:21:31
좋은일하시네요

돌뫼마을 2023-08-04 10:11:43
항상 응원합니다. 수고했어요!!

ㄷㄷ 2023-08-03 19:00:26
훌륭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