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청주시에 며칠 동안이나 많은 비가 쏟아졌다.
무섭도록 쏟아지는 비에 농업인들은 그저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렸을 것이다.
여름 햇살 가득 머금어 무럭무럭 성장해야 할 시기임이 분명한데 폭우로 인해 벼는 잎새가 보이지 않을 만큼 논마다 가득 잠겼으며 시설 하우스도 동마다 물이 들어차 버려 농업인들은 정성 들여 가꾼 작물을 제 손으로 죄다 뽑아내어야 했다.
비가 조금씩 그치고 날이 개자 농가에서는 한숨을 푹푹 쉬기 바빴다. 엉망이 된 영농현장, 농사에 투자했던 비용과 노동력이 허무함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것을 모르는 바 아니기에 우리 공무원들도 매일 매일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인력이 필요한 곳을 찾아다니며 하루라도 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했다.
30도가 넘어가는 폭염 속에서 연신 땀을 뻘뻘 흘리며 복구 작업에 열중하는 직원이 있는가 하면 매일 매일 몇십 건의 피해 신고를 접수하고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현장을 확인하는 직원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다들 바쁘게 움직이는 현 상황에서 내가 농업인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던 차에 회의 때 도출된 아이디어인 `농산물 팔아주기'를 맡아 진행하게 되었다.
참여할 농가가 있을지 여러 작목반과 이·통장협의회, 시설하우스 농가 등을 대상으로 조사하여 두 군데의 버섯 재배 농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그중 한 곳은 피해가 심각하여 일손 지원을 나가기도 한 곳이었다.
버섯재배사에도 물이 들어차고 흙이 쓸려 내려왔으며 시설이 일부 무너져 복구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 텐데 판매 수익이 없어 걱정을 많이 하고 있었다는 농업인의 말에 이 농산물 팔아주기가 갖는 의미를 다시금 새기게 되었다.
구청장님께서도 “적극 추진하기 바란다”며 격려를 건넸다.
어느 정도 계획을 세운 뒤 청주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홍보를 시작했다. 첫날 몇 건 신청이 들어왔지만 기대한 수준은 아니었기에 짧은 신청 기간 과연 농가에 도움이 될 만한 규모가 될지 걱정이었으나 그 걱정이 무색하게도 단 3일 만에 청주시 직원 110여 명이 동참해 주었다.
농가에서도 이렇게 많은 물량을 주문할 줄 몰랐다며 놀라는 눈치다. 걱정을 덜었다면서 연신 기뻐하시는 모습에 뿌듯함을 감출 수 없었다. 흔쾌히 동참해 준 직원들에게도 감사하고 조금이나마 농업인들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 또한 기뻤다.
농산물 팔아주기가 성황리에 끝나고 나서 다시 생각해 본다.
이번 호우로 인해 열정을 바쳐 키우던 모든 작물을 뽑아버리고 엉망이 된 하우스와 밭을 보는 농업인의 심정을 아직 3년 차 공무원인 내가 감히 안다고 얘기할 수 없지만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리고자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농산물 팔아주기 운동을 통해 함께 위기를 극복하고 싶었다.
앞으로도 농업인들과 함께 상생하는 공무원으로서 농업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