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학대, 얼마나 알고 있나요?
노인 학대, 얼마나 알고 있나요?
  • 강병민 청주시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사무국장
  • 승인 2023.07.06 18: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복지談
강병민 청주시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사무국장
강병민 청주시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사무국장

 

몇 해 전 뜨겁던 여름, 집 근처 지나가던 길에 우연히 주차장 바닥에 앉아 계신 어르신을 보았다. 불볕더위로 야외에 잠시 있는 것조차 힘들 텐데 왜 뜨거운 아스팔트에 앉아계실까?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어르신께 다가가 어디가 불편하신지 무엇을 도와드릴지 여쭈었다.

마트에서 아이스크림이랑 소주 한 병을 들고 집으로 가는 길에 넘어져 일어날 수가 없다고 했다. 술 냄새가 나는 어르신을 부축해 근처 집까지 모셔다드렸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입구에 들어서자 악취가 코를 찔렀다.

여기저기 쓰레기로 가득 찬 방은 그야말로 TV 뉴스에서나 나올 그런 상황이었다. 이웃 주민에게 물어보니 술만 먹으면 가족을 폭행해 처와 자식들이 집을 떠난 지 오래됐다고 한다.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 싶어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전화를 걸었다. 어르신 상황을 전하고 꼭 방문해 도와주라고 부탁했다. 그 일이 있고 몇 달 뒤 안타깝게도 어르신이 가스레인지를 사용하다 집에 불이나 화재로 돌아가셨다. 필자가 관심을 갖고 도움을 청했던 어르신이라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자꾸만 마음이 쓰였다.

여러분은 노인학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노인복지법에 따르면 노인학대란`노인에게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성적 폭력 및 경제적 착취 또는 가혹행위를 하거나 유기 또는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

보건복지부의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학대 피해 노인 신고 건수는 5188건으로, 2015년 3818건에 비해 136%로 급증했다. 놀라운 사실은 노인을 학대하는 사이 2020년 이전에는 아들이 1순위였으나 2021년에는 배우자로 바뀌었다. 노인학대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오랜 기간 반복해서 발생하고 가족 내 복합적인 원인으로 남에게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노인학대의 유형은 첫째 신체적으로 꼬집고 때리거나 생존에 필요한 식사, 음료 등을 제공하지 않고 감금하거나 원치 않는 노동을 강요하는 신체적 학대 행위다. 둘째 노인을 쳐다보지 않고 무시하거나 고함이나 욕설을 하며 위협하거나 모욕 등으로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정서적 학대 행위다. 셋째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거나 성폭력 등 노인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적으로 행하는 성적 학대 행위다. 과거 노인요양시설에서 여러 사람에게 개방된 곳에서 노골적으로 성적 부위를 드러내고 목욕시키거나 기저귀를 교체하는 행위가 문제시되곤 했던 사례도 있다. 넷째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자녀들이 노인과 함께 생활하면서 수시로 어르신의 돈을 강제로 빼앗거나 요구하고 기초노령연금 등을 마음대로 유용하는 경제적 학대 행위다. 다섯째 가정폭력으로 배우자와 자녀들이 집을 떠난 채 노인 혼자 병에 걸려 거동이 어려운 상황임에도 인과응보라고 부양을 거부하는 자녀들의 방임 행위다. 앞서 필자가 경험했던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여섯째 보호자 또는 부양의무자가 노인을 버리는 유기행위다. 치매에 걸린 노부를 버리거나 양육을 거부하는 행위다.

학대를 당한 노인들이 쉽게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이유를 들어보면 더욱 안타깝다. 우리 집 일인데 자식 흉을 어떻게 다른 사람한테 말할 수 있나, 괜히 말했다가 아들이 잡혀가지 않을까 두렵다, 내가 신고한 걸 며느리가 알게 되면 나중에 해코지당할까 봐 겁난다고 한다.

많은 전문가는 노인학대가 빙산과 같다고 한다. 실제 노인학대가 일어난 경우보다 신고 건수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관심과 신고가 필요하다. 노인학대가 의심되는 상황을 목격하거나 알게되면 남의 일이라 외면하지 말고 24시간 상담 전화(1577-1389)로 연락해 소중한 노인 인권의 지킴이가 되기를 바라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