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송차 스케치에서 A4 27장 계획까지"…김봉현 탈옥시도 전말
"호송차 스케치에서 A4 27장 계획까지"…김봉현 탈옥시도 전말
  • 뉴시스 기자
  • 승인 2023.07.0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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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6월 중순께 외부 협력자 제보 입수
A4 27장 'BH문건'에 탈주 계획 세워

법원·검찰·구치소 조감도…동선 스케치

비밀번호에…호송차 내 탑승 위치까지

"영화같은 치밀함…수감자 포섭 목적도"

모의 확인 뒤 출정 취소…재판 경비 강화

"다시는 탈옥 꿈 못 꾸도록 엄정 대응"



탈옥 계획을 세우다가 덜미를 잡힌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 핵심 김봉현(49)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수감된 구치소와 검찰청, 법원 내부 조감도를 세세하게 그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6일 기자들과 만나 "지난달 중순께 김봉현의 탈주 계획을 인지했다"며 "언제부터 계획을 수립했는지는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김 전 회장은 지난 2월 버스업체 수원여객, 스타모빌리티 등 횡령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고 서울 남부구치소에 수감된 뒤 친누나 김모(51)씨 등을 통해 탈옥 계획을 세운 정황이 포착됐다.



◆탈주 계획 세운 A4 27장 'BH문건'…법원·검찰·구치소 조감도



관련해 검찰은 김 전 회장이 탈옥 계획을 도와달라고 포섭한 폭력조직 '부천식구파' 출신 동료 수감자 A씨에게 준 편지와 탈주 계획 메모 등 A4용지 27량 분량의 'BH(봉현) 문건'을 확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문건에 대해 "(김봉현) 자신이 다녔던 법원, 검찰청의 호송 통로 등을 다 기억해 굉장히 치밀하게 약도로 그렸다"며 "법정에서 교도관이 앉아있는 위치 등을 머릿속에 넣어뒀다가 (구치소)방에 와서 복기, 메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연필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에는 검찰청 출정 조사 때 차량 등 동선, 식사시간 및 배치된 교도관 숫자, 흡연 장소,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 등을 망라한 내용이 담겨있었다고 한다.



또한 구치감 비밀번호를 알아내 적어두거나, 주요 출입문의 이용 가능 시간까지 표시하는 등 구치소 내 세부적인 정보도 수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호송차량 내부 조감도를 그리고 교도관 등 호송 직원들의 탑승 위치까지 표시했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은 자신이 앉는 위치에는 '구출자'라고 적어놓기도 했다.



◆"영화같은 치밀함, 수감자 포섭 목적"…적발한 뒤 법정 경비 강화



김 전 회장은 수감자 A씨를 20억원을 대가로 포섭했고, 이 수감자 등을 통해 탈주 계획을 적은 문건을 외부로 반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세한 탈주 계획을 문건으로 작성한 배경에는 수감자 A씨를 끌어들이려 설득하려는 목적도 있었던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자기 계획이 얼마나 현실성이 있고 치밀한지 알려야 포섭이 될 거 아닌가"라며 "황당한 공상이 아니라 영화처럼 치밀한 계획이 있다고 보여줘서 (수감자가) 도와주도록 움직이게 하려 한 거 같다"고 지적했다.



A씨가 포섭된 이후 이후 누나 김씨가 그의 친척 B씨와 접촉해 대포폰 마련 비용 등 착수금조로 1000만원을 건넸지만, B씨가 6월 중순께 검찰에 김 전 회장의 탈주 계획을 알리며 발각됐다고 한다.



검찰은 즉각 남부구치소에 김 전 회장의 탈주 시도를 알렸고, 구치소 밖으로 나가서 받아야 하는 조사들을 모두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에 김 전 회장이 출석했을 때는 법정에 교도관 등 교정본부 직원 30여명을 배치하고 김 전 회장에게 수갑을 채우는 등 미연의 사태에 대비했다고 한다.



서울 서초경찰서도 재판이 열린 서울고법 주변에 기동대 1개 부대를 배치하기까지 했다.



◆탈옥 계획 도운 누나 구속영장…"다시는 탈옥 꿈 못 꾸도록 엄정 대응"



한편 누나 김씨는 탈주 계획을 도운 혐의(피구금자도주원조미수, 범인도피교사)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다.



그는 지난해 11월 김 전 회장의 2차 도주 때 미국에 머물면서 애인 김모(46)씨, 연예기획사 관계자 홍모(47)씨를 연결해준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가 올해 3월 귀국해 수사를 받아왔다.



김씨는 B씨에게 건넨 1000만원에 대해 "문제가 없는 돈"이라고 주장하고 탈주 계획을 몰랐다고 주장하는 등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검찰은 A씨를 통한 방법 외에 김 전 회장이 외부와 탈주 계획을 주고받은 경로 및 탈옥 대가로 제시한 20억원의 실체 유무 등에 대해 수사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의 도주미수죄 등 추가 기소 여부에 대해 "법리를 검토하고 수사를 한 뒤 판단할 것"이라며 "(징역) 30년을 선고받은 사람이지만 다시는 이런 꿈을 꾸지 못하도록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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