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장 포기하라는 요구
중국시장 포기하라는 요구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3.05.07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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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얼마전 이런 가능성을 언급했다.

미·중 경제 갈등이 고조돼 중국이 미국의 대표적 반도체 생산업체인 마이크론의 국내 판매금지 조치를 취하는 경우다.

마이크론은 매출의 4분의 1을 중국에서 올릴 정도로 중국시장 의존도가 높은 기업이다.

실제 이런 상황이 오게되면 지금 최악의 부진에 빠져있는 삼성과 하이닉스는 절호의 찬스를 맞게된다. 중국이 마이크론에 대한 판금 조치로 초래될 반도체 수급문제를 한국 기업을 통해 해결할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사실 파이낸셜타임스 기사의 핵심은 이게 아니다.

이 신문은 `미국이 한국 정부에 이런 상황이 오더라도 중국의 반도체 부족분을 메워줄 추가 수출을 하지말아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미 정부는 보도 내용을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한국 정부가 늪에 빠진 반도체 산업에 활력을 돌게 할 기회가 오더라도 포기할 것을 미국으로부터 요구받았다'는 이 보도가 사실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 신문의 칼럼은 실제로 이런 상황이 발생해 한국이 중국의 추가수출 주문을 거부할 경우 참전(參戰)을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단언했다. 강대국 간 경제전쟁에 과도하게 개입함으로써 심각한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경고를 담은 표현일 터이다.

미국과 중국은 치열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지만 교역물량은 큰 변동이 없다. 주고받을 것은 주고받는 실리를 꾀하면서 신경전을 벌이는 고수들의 싸움 같다.

반면 한국의 대중 무역은 끝모를 내리막을 타고있다. 한국의 무역수지는 14개월째 적자 행진 중이다.

중국 수출 감소와 수지 악화 탓이 크다. 중국과 교역하는 나라 가운데 한국의 증국 수출 감소폭이 가장 크다. 특히 반도체의 중국 수출량은 30% 이상 줄었다.

한때 가장 큰 흑자를 누렸던 대중 무역수지는 1년 전 마이너스로 돌아서 여태 이어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7월부터 네 차례에 걸쳐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발표했다. 발표할 때마다 하락해지난 달에는 1.5%로 떨어졌지만 미국의 성장 전망치는 상향 조정됐다.

두 동맹국의 앞길이 가시밭길과 꽃길로 갈릴 수 있다는 말이다. 꽃길을 앞둔 동맹의 배려와 양보가 더 깊고 커야 하겠지만 실상은 다르다.

지난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미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에 133조원을 투자했다며 자신의 실적처럼 자랑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측의 8조원 투자 약속을 받고 귀국해 “133대 8의 격차가 윈윈이냐”는 논쟁이 발어졌다. 보조금을 주는 대신 중국 투자 제한은 물론 기밀정보 제출, 초과이익 공유 등 무리한 조건을 강제하는 반도체지원법 개선 요구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협의하기로 했다'는 모호한 약속에 머물렀다.

미국과 달리 가시밭길을 앞둔 한국은 중국시장 회생에 사활을 걸어야 할 처지이다.

다행히 연초부터 중국 부동산 시장에 훈풍이 불고 광공업과 서비스업이 회복세를 띠면서 이른바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탈출구가 서서히 열리고 있는 셈이다. “우리 기업이 중국의 제재를 받으면 중국에 반도체를 추가로 팔지말라”는 미국의 요구는 중국시장을 포기하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더욱이 중국시장서 활로를 찾아 위기를 극복해야 할 동맹국에 할 말은 아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가 사실이어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 확대를 막으려는 당신의 정책이 중국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 기업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국내 정치를 위해 핵심 동맹국에 피해를 주고 있는 것 이닌가?” 한미 정상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 LA타임스 기자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한 질문이다. 누가 해야 할 항변인 지 정부에 묻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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