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은 충북을 위한 조건들
살고 싶은 충북을 위한 조건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3.05.0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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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한때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의 상징 슬로건으로 `살고 싶은'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살고 싶은 마을부터 해서 살고 싶은 도시, 살고 싶은 충북까지 지역공동체를 강조하며 홍보에 앞장섰었다. 지금은 `살고 싶은'이란 말이 보통명사화하면서 슬로건으로의 매력이 떨어졌지만 사람과 공간을 연계해 이야기할 때 시대를 뛰어넘어 가장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말 중 하나다.

`살고 싶은'이 가진 힘은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것이 더 안전하고 불안감도 없앨 수 있다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특히 정주를 꿈꾸는 현대인들에게 `살고 싶은 도시'는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지분지족(知分知足)하며 살 수 있는 소확행을 의미하기도 한다. 조금 부족해도 나누는 삶, 조금 느려도 함께 하는 삶은 마을과 도시, 국가를 막론하고 공동체 구성원들이 희망하는 삶터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과 희망 사이의 괴리는 크고 멀다. 자본주의는 각자의 욕망을 부추기며 부를 축적하기 위한 사냥에 나서게 한다. 이웃의 벼락부자 소식에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것 같고, 누군가의 성공을 지켜보면서 알 수 없는 좌절감은 내 몫이 되어 돌아오는 세상이 되었다. 자본이라는 헤게모니가 공동체를 훼손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자본이 극대화될수록 우리 사회는 `살고 싶은 도시'에서 `떠나고 싶은 도시'로 흘러가고 있다.

그렇다면 충북은 어떤 도시일까? 정말 살고 싶은 도시일까?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에서 충북 도민들의 삶의 질에 대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우리 지역의 현실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가구와 자산, 소득과 부채, 고용률과 근로시간, 복지시설 수 등 56개 지표로 분석한 자료를 보면 도민들이 느끼는 체감도는 `살고 싶은 충북'에서 살짝 멀어져 있다. 여전히 1인 가구와 홀로 사는 노인 비율이 높고 자살률도 개선되지 않은데다 미세먼지로 인한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자료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충북은 1인 가구 비율이 36.3%로 전국 3위를 차지했으며, 홀로 사는 노인 가구 비율 역시 전국 평균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충북 농촌지역에서는 해마다 빈집이 늘면서 안전사고와 범죄 등의 위험에 노출되는 등 젊은이들의 도시탈출이 일상화되었다.

또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 역시 전국 평균을 훨씬 웃돌면서 자살률 높은 지방자치단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충북의 상용근로자의 월평균 총 근로시간도 전국에서 3위를 차지할 만큼 근로시간이 많았고, 도민의 삶의 만족도는 전국 평균보다 낮은 점수를 보였다. 충북 삶의 질을 묻은 56개 지표 중 55.4%가 부정적인 지표였다. 이는 충북의 정주 여건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측면을 꼽자면 도민의 가구 부채가 5913만원으로 우리나라 국민의 가구 부채 평균 9170만원보다 낮아 타 시도보다 가구 부채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또 충북 도민은 가족관계 만족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돼 희망적 요소도 있고, 최근 청주를 중심으로 젊은이들의 유입이 증가하는 것도 충북엔 기회다.

늦기전에`살고 싶은 충북'을 위한 조건들을 도정에 적극 반영하고, 부정적인 지표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 수립과 실천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정주 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지방소멸의 위기는 충북의 난제가 될 소지가 크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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