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암산둘레길 `카미노'에서 답을 찾자
우암산둘레길 `카미노'에서 답을 찾자
  • 양준석 행복디자인 사람 대표활동가
  • 승인 2023.03.3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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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談
양준석 행복디자인 사람 대표활동가
양준석 행복디자인 사람 대표활동가

 

수해전부터 걷는 길 열풍이 불고 있다. 한국형 바람의 발원지는 제주 `올레길'이다. 제주 올레길은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일명 카미노)을 다녀오고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길이다. 우리나라의 길은 교통을 위한 수단과 함께 애초 다양한 이야기를 갖고 있는 길들이 많았다. 자동차가 대세인 지금 그 길은 이야기를 품고 다시 힐링의 공간 삶의 공간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필자는 2012년부터 5차례에 걸쳐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왔다. 12년도는 프랑스길 800키로를 다녀 왔다. 14년도는 북쪽길 800키로, 16년도는 포르투칼길 630키로, 18년도에는 1006키로`은의길', 19년도는 최초의 순례길인 `프리미티보' 340키로를 다녀왔다. 지루 없이 온전히 이베리아 반도에서 걷을 수 있는 모든 길을 걸었다.

난 왜 이 많은 길을 걸었을까. 그러면서 생각해 본다.`길'은 무엇인가. 2002년 처음으로 인도를 방문하게 되었고 인도인 사회복지사인 탕가벨과 빌리지에 살 때다. 인도의 3~4월은 너무 뜨거워 11시부터 4시까지는 길거리에 개 한 마리 없는 경우가 많다. 그때 난 그 `길'을 며칠 동안 걸은 기억이 있다. 나 자신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죽을 것 같으면서 걷고 또 걸었다. 며칠 걷는 동안 육신은 피폐했지만 그때 뭔가 내안에서 꿈틀거리는 에너지를 발견했다. 카미노를 걷노라면 어깨가 무너지고 발바닥 뼈들은 전부 부서졌지만 다음 날 아침 신기하게 조립되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한발 한발 걷다 보니 내 육신은 종착지인 산티아고 콤포스텔라 대성상 마당에 도착했다. 그 감동은 나에게 5번의 같으면서 전혀 다른 에너지를 만들어 주었다.

카미노를 걷고자 하는 이들이 묻는다. 어떻게 그 먼 거리를 찾아 가는가라고. 어렵지 않다. 하나는 곳곳에 `노란색 화살표'가 있다. 도시내 인도와 건물속 어딘가에, 산속 나무 어딘가에, 마을 담벼락 어딘가에 라카로 대충 그려진 노란 화살표는 내 카미노를 만들어 준다. 그렇게 카미노는 단순하면서 정겨운 느낌으로 걷기에 더욱 그 걷는 `맛'이 있다.

한국으로 돌아왔다. 걷는 길 열풍에 걷는 이의 마음보다는 행정기관의 치적형태의 길 만들기가 보인다. 지난 20일 충북시민단체연대회의는 100억원을 들여 우암산 둘레길을 만들어야 하는가라고 하며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수천키로미터 순례길을 가다 보면 그 흔한 데크는 없다. 간판도 갈리시아 외에는`라카'로 칠해진 노랑화살표가 전부였다. 잘 포장된 도로들은 서서히 마사토 예전 그 길처럼 복원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길은 카미노와 정반대로 너무도 현대적으로 포장되고 있다. 과거 우암산둘레길 만들때도 많은 돈을 들여서 산에다 이런저런 설치물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아는 이도 없고 시설물은 관리조차 되지 않고 있다.

상당산성 옛길도 마찬가지다. 데크를 만들고 표지석을 세우고 인공 화분을 만들고. 그러다 비가 와서 유실되고 다시 수리하고. 큰 자연 앞에 인간의 자연 같지 않는 자연을 만들다 낭패를 본다. 지금 청주시는 다시 그 실수를 반복하려 한다.

자연은 자연 그 자체가 아름다움이다. 시장 임기동안 어찌보면 화려하게 보이고 편해 보이겠지만 관리하기 위해 평생 동안 관리인력과 예산이 꾸준히 들어 갈 것이다.

스페인의 카미노는 1000년전부터 자연의 관리를 받으며 지금까지 사랑 받고 있다. 길은 한시대 풍미가 아닌 인류와 함께 존재하고 함께 살아가는 길이기에 가장 자연스럽게 어우러져야 한다. 생각해보자. 카미노 길에 데크가 깔리고 관광지 같은 모습으로 도배가 된다면 그 길을 다시 찾기를 원할까. 수천년 동안 변하지 않는 마사토 길을 걸으며 원주민들의 삶의 모습을 목도하면서 그 문화를 우린 즐긴다. 그러면서 내 내면의 소리를 귀 기울여 듣는 즐거움이 있는 곳이 카미노다. 우암산 둘레길도 그러면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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