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 아침의 비밀결사대
만우절 아침의 비밀결사대
  • 이현호 충북예총 수석부회장
  • 승인 2023.03.3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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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이현호 충북예총 수석부회장
이현호 충북예총 수석부회장

 

나의 절친의 이름은 이만우다. 그래서 그런지 해마다 4월 1일 만우절이 되면 그에게 전화를 걸어 진짜인 것처럼 거짓말도 해보는 재미가 있는 날이다.

어찌 보면 은근히 놀리는 날이기도 하다.

만우절 날은 공식적으로 친구들과 거짓말을 마음껏 하는 날이다. 그렇다고 불이 났다거나 아니면 정말 하지 말아야 할 사기는 허용되면 안 될 것이다.

해마다 만우절이 되면 44년 전 대학교 2학년의 만우절 아침으로 마음이 돌아가며 혼자 피식 웃게 된다.

내가 다닌 교육대학은 학군단이 있어 일주일에 1일은 군복을 입고 학교 연병장에서 군사훈련을 받았다. 여름방학이면 가까운 사단으로 훈련을 들어가 3주간의 군사훈련으로 얼굴이 새카맣게 타고, 훈련에서 돌아온 후에도 짧은 머리 때문에 밖에 나가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기도 했다.

그 당시에는 여학생들 보기도 창피했고, 교복과 군복만 입고 짧은 머리로 생활하던 게 너무나 싫었다. 그리고 선생님을 양성하는 학교라 그런지 굉장히 보수적이라서 학교가 파한 후 학교 밖에서 친구들과 술을 한 잔 마셔도 학군단 조교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다음날 학교에 가면 조교들에게 치도곤을 당하곤 했다.

입학하고 졸업할 때까지 낭만의 캠퍼스는 학군단 남학생들에게는 늘 예외였다.

늘 보수적이고 지루한 학교를 골탕 먹이는 생각을 해 오던 중 드디어 공식적인 기회가 왔다.

2학년이 되어 학교 바로 뒤에서 음악을 하던 친구들과 함께 하숙 생활을 하던 때였다.

4월 1일 만우절, 우리는 새벽 일찍 일어나 가벼운 옷차림으로 학교 뒤 담을 넘어 강의실로 향했다.

강의실은 새벽이라 고요한 적막만 흘렀다. 우리는 신속하게 전 강의실의 팻말을 바꾸었다. 그리고 강의실 밖으로 나와 눈치를 살피며 담을 넘어 하숙집으로 돌아왔다.

하숙집으로 들어서자 늘 친절하게 우리를 대해주던 하숙집 아주머니가 의아한 눈초리로 우리를 위아래로 흩어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아마도 늘 늦잠만 자던 학생들이 새벽부터 단체로 밖에 나갔다 오는 것이 수상했을 것이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느긋하게 가방을 들고 정문을 통하여 보무도 당당하게 강의실 동으로 들어갔다. 강의실 1층에 다다르자 학생들이 우왕좌왕하며 시끄럽게 강의실을 찾아다녔고 학교 학생처 직원들이 도면을 보며 강의실 패찰을 교환하고 있었다.

학군단 조교들은 학생처 직원이기도 해서 조교들이 몸 달아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나 통쾌했다.

평소에 무서웠던 조교는 어떤 놈 짓이냐며 욕을 하며 씩씩대기도 했다. 우리는 시침을 뚝 떼고 같이 도와주는 척했다.

저 멀리서 출석부를 들고 강의실로 들어오는 교수님들의 모습을 보니 교수님들은 직원들과는 반대로 무척 즐거운 표정들이었다.

박장대소하는 교수님, 놀라는 척하는 교수님, 어떤 교수님은 살며시 미소만 지으셨다.

44년 전 그날은 1시간 늦게 수업을 시작했고 우리 하숙집 친구들은 학창시절 최고의 희열을 느끼는 날이었다.

이번 대학 동창회 날엔 그날을 즐거웠던 이야기 하며 신나게 웃어봐야겠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그 사건의 진상을 모르던 동창들도 무척이나 고마워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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