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4.섬유공예가 유정혜
미리보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4.섬유공예가 유정혜
  • 연숙자 기자
  • 승인 2007.08.30 23: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색의 변주 속 녹아있는 '조화로움'
느리게, 빠르게, 그러나 지나치지 않게

"내 작품의 주제에는 항상 사랑이 걸려있다. 인간의 희·로· 애·락 모두를 갖게 할 수 있는 것이 사랑이리라. 인간은 혼자 있는 게 아니기에, 더구나 사랑은 상대를 필요로 하므로 그 반향이 생기게 마련이다. 때로는 내가 의도한 대로, 때로는 예상치 않게 우리는 이런 감정에 속해 있다. 그 감정의 파장들이 나의 작품에 주제가 되어왔다. 그래서 작품을 설치할 때 벽면, 천장, 바닥의 그림자 또는 바닥에 있는 밀러판에 투영되는 영상까지를 작품으로 범위 짓는다"

섬유공예가 유정혜씨는 사랑에 관한 사색과 주제의식을 섬유라는 재료를 통해 작품에 담아낸다. 염색기법을 사용한 작품들은 때론 길게 늘어뜨는 직물로, 때론 코바늘뜨기로 짠 타원형의 구조를 지니며 색채와 면 그리고 선의 분할 관계를 미학적으로 보여준다. 작가는 각양각색의 실을 염색하고, 색상과 굵기에 따라 구분한 실들은 직조(위빙Weaving)되거나 다채로운 색실로 무늬를 짜 넣는 타피스트리(Tapesry)를 제작해 천위에 염색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은 하나 또는 그룹으로 설치하며 평면보다는 입체적인 작업을 통해 직조된 섬유의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천연염료를 사용한 염색은 각기 고유의 색채를 띠며 작품 속에서 영원성과 순환성, 자연의 질서 등으로 상호교류한다.

하나의 완성된 작품을 이루기 위해 작가는 코바늘뜨기(이카트기법)라는 전통방식으로 한 코 한 코 직조하며, 섬유의 포근함과 염료에 스며드는 부드러움, 형태 변화를 통해 작가는 자신의 감정과 사상을 담아 작품으로 완성한다.

장동광 숙명여대 교수는 "작가는 코바늘뜨기(이카트기법)를 통한 작은 타원형 형태 속에 다양한 색채의 변주를 일상의 리듬과 서정적 사색의 단편들을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그 단편들은 수필과도 같고, 작은 악장의 랩소디와도 같다. 이 시적인 단편들은 하나의 독립적 음률을 지니고 있기도 하지만, 전체가 하나로 조합되어서는 마치 오케스트라의 연주처럼 웅장한 화음을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고 평하고 있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에 참여할 작품 역시 코바늘뜨기로 만든 작품이다. "모시실을 사다 15년 전 치자 등으로 천연 염색을 한 후, 15년 후에 그 실 그대로 코바늘뜨기를 한 작품"이라는 유 작가는 "색색의 실로 만든 꽃을 형상화한 150여개의 소품이 커다란 벽면에서 하나의 작품을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고 들려준다. 일상적 편린들이 조합하여 하나를 이루는 작품들은 오랜 기억의 창고 속에서 향기로 피어나고 있음이다. 무명의 모시타래가 치자빛으로 곱게 물들며 시간을 통과할 때 생명없이 지나온 무명모시도 그녀의 손끝에서 꽃으로 피어난다.

작가는 청주대학원을 졸업하고 뉴욕주립대학에서 텍스타일(Textile)과 서피스 디자인(Surface Design)을 공부했으며, 서울과 뉴욕 등에서 개인전과 페어전에 참가해 활발한 작품활동을 선보여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