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 패션인생 60년 고스란히
파란만장 패션인생 60년 고스란히
  • 김금란 기자
  • 승인 2007.08.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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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디자이너 '노라노, 인생을 디자인 하다' 발간
"'반듯하고 좋은 옷을 오래오래 입는 것이 진정한 사치'란 디자이너 샤넬의 말에 공감해요."

'36-26-37' 미스코리아 사이즈가 아니다. 여든을 앞둔 노라노의 몸매다.

한국 최초의 패션쇼, 최초의 기성복, 윤복희 미니스커트, 판탈롱 패션, 故 육영수 여사 등 영부인 의상, 드라마 '쩐의 전쟁'의상 등 디자이너 노라노의 멈추지 않은 도전과 열정의 다큐 모놀로그 50년을 담은 책이 출간됐다.

'노라노, 열정을 디자인하다'(노라노 지음·민음사·320쪽·1만2000원)는, 한국 최초의 패션쇼 기획자이자 기성복 창시자인 노라노의 파란만장한 패션인생을 담아낸 자선전이다.

이 책은 꽃다운 스무살 이혼녀라는 꼬리표를 달고 1947년 미국행 비행기를 탔던 노라노의 눈에 비친 한국의 패션 변천사를 가감없이 고스란히 담아냈다.

1인당 국민총생산이 100달러도 되지 않던 1956년 11월 반도호텔에서 순수 국내기술과 제품만으로 한국 최초 패션쇼를 개최하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던 그녀의 본명은 노명자다.

KBS 초대방송국장인 노창성씨와 최초 여자 아나운서 이옥경씨를 부모로 둔 그녀는 1928년 서울 종로에서 태어나 1944년 경기여고시절, 정신대로 끌려가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결혼을 택하고, 주홍글씨처럼 '이혼녀 패션 디자이너'라는 닉네임으로 평생을 살았다. 지금도 청담동에서 '노라노의 집'을 운영하고 있는 현역 패션계 대모다.

거대한 고목이 무수한 잎과 둥지를 품고 나이테를 새기듯 책 속에는 고은의 '만인보(萬人譜)'처럼 범인(凡人)부터 정치, 문화, 예술계 인사들이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등장한다. 상식만을 나열한 백과사전식 정보가 아닌 독립운동가로만 알려진 여운형 선생과 그의 딸 여연구 선생이 이웃 아저씨와 소꿉친구가 되살아나고, 파리로 가는 하늘 길에서 만난 청년 윤이상의 모습, 안익태, 장미꽃 한 송이를 선물 받은 프랭크 시나트라, 율 브리너 등 국내의 유수한 연예인 등이 노라 노의 열정과 낭만에 동화돼 한 시대의 벽화를 만들어내는 장면은 그 자체가 중요한 사료임이 실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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