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상의 통로, 다리를 시작하며
1. 세상의 통로, 다리를 시작하며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8.29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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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을 잇는 다리를 찾아서
수천년 시간 건너 그리움과의 조우

글 손광섭 <청주문화원 이사>

<편집자주>
이번 주부터 수요 기획으로 '세월을 잇는 다리를 찾아'를 연재합니다. 길과 길을 잇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다리를 통해 세상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와 삶의 의미를 관조하고, 선조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아름다운 건축물 옛다리를 조명합니다.


교량이란 하천, 계곡 또는 해협 등을 횡단하거나 도로를 연결할 때 그 통로를 위하여 축조된 구조물로써 사람이나 차가 다닐 수 있게 걸쳐 놓은 시설이다. 이러한 교량에 대하여 경주(經註)에서는 거마가 통행할 수 있는 다리를 교(橋)라 하고, 사람이 많이 걸어다닐 수 있는 다리를 량(梁)이라 하였다.
▲ 진천 농다리는 고려때 만들어 졌다고 하며 동양에서 가장 오래되고 긴 돌다리로 알려져 있다.

인류 초기의 교량은 유랑인들이 이동하는 도중에 계곡 건너편으로 이동하거나, 건너편의 동물들을 잡으려고 계곡에 우연히 넘어져 있는 통나무를 이용하는 등의 단순 형태의 다리에서 점차 인간의 문명이 발달하여 수레나 마차 등의 통과가 필요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도시로 사람이 모여들면서 교량은 하천의 흐르는 수량이나 수위를 측정하는 기능까지 겸비한 시설로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문헌으로 보면 진보된 기술과 형식을 갖춘 다리로는 삼국시대부터 건설된 것으로 유추된다. 더욱이 현재 남아있는 옛 교량에는 단순히 물을 건너기 위한 기능적인 요소 이외에도 조상의 삶과 정신이 깃들인 설화와 전설이 얽혀 있다.

불교가 국교였던 삼국통일시대에는 사찰에 많은 교량이 건설되었고, 고려시대에는 개성과 지방과의 원활한 교통을 위하여 도로와 연결되는 교량을 세웠다. 조선시대에는 수도를 한양으로 옮김에 따라 한양과 지방 도시를 연결하는 도로에 교량을 건설하였다.

최초 교량공사 413년 평양주대교
기록에 남아 있는 최초의 교량공사는 413년 완성한 평양주대교(平壤州大橋)로 그 위치는 미상이나 그 당시로는 대대적인 공사로 진행된 듯하다. 또한 삼국유사에 보면 설화나 전설이 남아 있는 교량 중 경주를 중심으로 원효와 요석공주에 관련된 유교(楡橋), 진평왕의 명에 의하여 귀중(鬼衆)을 불러서 한 밤중에 가설하였다는 귀교(鬼橋)가 있다. 현존하는 다리 중 가장 오래된 경주 불국사의 청운교(靑雲橋), 백운교(白雲敎)와 연화교(蓮花橋). 칠보교(七寶橋)도 있다. 청운교와 백운교는 부처님 나라인 불국(佛國)에 이르는 통로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고려 충신 정몽주가 순사(殉死)한 선죽교(善竹橋)
고려시대의 가장 대표적인 교량으로는 고려 말엽 충신 정몽주가 이성계 일파에게 피살되어 순사(殉死)한 곳으로 잘 알려진 개성 선죽교(善竹橋)가 있는데 동쪽에 한석봉 글씨의 비(碑)가 있다.
▲ 부여 궁남지는 백제의 별궁 연못으로 무왕 때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며, 연못 안에는 정자와 목조다리를 만들어 놓았다.

조선시대에 창건하여 현재까지 보존되어 있는 목교로는 1867년 고종이 건천궁 남쪽에 못을 파고, 중앙에 섬을 만들어 향정을 짓고 나무로 운교를 건 취향교(醉香橋)라 불리는 다리가 있다. 창덕궁 내의 금천교는 1411년쯤에 창건한 돌다리로 그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이 다리는 교상이 3부분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교상의 3부분 중 가운데 부분이 한단 높아 어로(御路)에 이어진다.

또한 서울 중심부에는 청계천이 흐르고 있었는데 이 내를 건너기 위한 수표교, 광교 등이 있었다.

화강석으로 만든 수표교는 다리로서의 기능뿐만 아니라 서울 성내의 하천을 흐르는 수량을 측정하는 기능까지 겸비한 과학적인 기능을 지닌 교량이다. 세종 23년 교량 옆에 수표(水標)를 설치한 뒤부터 수표교로 불린다. 성종 14년에 완성된 전곶교(箭串橋)는 중랑천 하류의 한양대 옆에 있는 돌다리로서 살곶이 앞에 있다하여 살곶이 다리로도 부른다. 이 다리는 조선시대의 교량으로는 최장(폭 6m, 총길이 75.75m)의 다리로서 당시 한양과 동남지방을 연결하는 주요한 통로였다.
▲ 청운의 뜻을 품은 선비의 과거길로, 과거장에서 나들목과 장승백이 다리를 건너왔는지의 여부를 물을만큼 중요한 길목이었다.

현대에 있어 교량은 인간 공동체의 생면선과 같은 의미를 갖고 있다. 즉, 교량은 인류의 역사와 같이하면서 사람과 차의 통행뿐만 아니라 상하수관, 각종 케이블의 통과 및 문화의 교류 등 인류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시간상으로는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것이기도 하고, 공간적으로는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고 있다. 나아가 종교에서는 세속과 영원한 세상을 연결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 필자 소개 >

손광섭씨는 1968년 공영토건사의 대표를 시작으로 현재 광진건설(청주시 흥덕구 수곡동) 대표, 청주문화원 이사, 청주 건설박물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평생 건설업에 종사하며 우리나라 고건축에 천착한 그는 2003년 우리나라의 옛 교량을 정리한 <천년 후 다시 다리를 건너다>(출판사 이야기꽃)를 발간,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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