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의 건배 속 가시돋친 설전
상생의 건배 속 가시돋친 설전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8.28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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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이-박캠프 핵심 측근 화합 오찬
"이긴 자가 관용 베풀어야", "다른 건 몰라도 박 캠프가 캠페인은 잘했다."

27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 주재로 열린 이명박, 박근혜 양 캠프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 나온 말이다.

한나라당 경선 이후 처음으로 이명박, 박근혜 양 캠프에서 활동한 초선 의원들은 당의 주선으로 화합의 점심을 나눴다.

강재섭 대표 주선으로 이명박 후보 측에서는 핵심 측근인 정두언 의원과 공동 대변인이었던 박형준, 진수희 의원, 비서실장이었던 주호영 의원이 참석했다.

박근혜 전 대표 측에서는 정책메시지를 총괄한 유승민 의원과 비서실장을 지낸 유정복 의원, 상황실장을 맡았던 최경환 의원, 이혜훈 공동대변인이 함께 자리했다.

박 캠프 측의 공동 대변인이었던 김재원 의원과 이 후보측 정종복 의원은 일정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강재섭 대표는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고 억장이 무너지는 일도 가슴속에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을 털고 정권 창출을 위해 하나로 뭉쳐 나가자"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강 대표는 소주잔을 들고, "마음 속에 있는 모든 회한들을 제거하고, 소독하는 의미에서 제가 '소독'하면 '으라차'로 답해 달라"며 건배를 제의했다. 이어 비공개로 진행된 오찬에서는 소주에 맥주를 섞어 만든 '폭탄주'가 돌았다.

경선 당시 치열한 공방을 벌였던 이혜훈 의원과 진수희 의원, 유승민 의원과 정두언 의원 등 참석자들이 서로 팔짱을 끼고 '소폭'을 마시며 화합을 다짐했다고 배석했던 강성만 부대변인이 전했다.

하지만 뼈 있는 이야기도 나왔다. 박 후보를 밀었던 곽성문 의원은 "패자는 말이 없다. 이긴 자가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며 "반성문을 쓰라면 쓰겠다. 하지만 (이긴 쪽에서) 전리품 수거하듯 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곽 의원은 특히 대구의 지역의 민심을 거론하며 "주변에는 경선 이후 '차라리 손학규를 찍겠다'는 분도 있다며 이런 분들의 마음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 측 의원들은 특별한 언급없이 박형준 의원이 "다른 건 몰라도 박 후보 측이 선거캠페인은 잘 했다"며 덕담을 건넸다고 한다.

특히 모임 성격과 관련해 대표 비서실장인 박재완 의원이 "3, 4선 의원들이 왜 자신들은 안 불러 주냐며 질투하는 분들도 있다"고 전하자, 이혜훈 의원이 "살생부 5인방을 기준으로 한 것 아니냐"며 뼈있는 농을 던지기도 했다.

또 강재섭 대표가 "민주주의가 참 좋다. 옛날 같으면 진쪽은 한강 백사장에서 다 꿇어 앉고 이긴 쪽이 칼 들고 그랬을 텐데"라고 농을 띄우자, 최경환 의원이 "누가 망나니 역할을 하나, 정두언 의원이 하느냐"고 맞받아 어색한 웃음이 흐르기도 했다.

양측의 만남은 돌아가는 '화합주'속에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마무리됐다.

강 대표는 끝으로 "야당사에 처음이다. 20만이 넘는 선거인단을 가지고 아름다운 경선을 한 것은 꿈만 같다. 예전에는 500∼600명 대의원 대상으로 선거했지 않나 야당사에 처음 있는 업적을 만들었다"고 격려했다. 이날 모임은 당초 박 후보 측 의원들이 일정을 이유로 무산될 듯했지만, 성사돼 양 후보 측이 화합의 모습을 연출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이명박·박근혜 캠프 출신 의원들이 진정으로 화합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당의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의 말처럼 하루 아침에 경선 과정의 앙금이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먼저 박 전 대표가 이 후보를 만나고, 큰 틀에서 거취가 결정이 돼야 의원들 사이의 화합도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전 대표는 이날 저녁 경선 동안 자신을 도와준 선대위 관계자 80여명을 시내 한 중식당에서 만나 만찬을 같이한다.

박 전 대표가 앞으로 거취에 대해 어떤 언급을 할 지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도 당 관계자의 전망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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