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문백전선 이상있다 <353>
43. 문백전선 이상있다 <353>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8.27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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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리징 이 상 훈

낙계의 부하들은 크게 울부짖으며 방금 낙계가 몸을 던져버린 곳으로 달려갔다.

'아, 저 저런!'

두 발 아래에 펼쳐진 깊고 험한 계곡을 내려다보던 그의 부하들은 그만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천길 만길도 더 되어 보이는 무시무시한 저 계곡 안으로 떨어지던 낙계의 몸은 마치 곡예를 하듯 한 바퀴 빙그르르 돌다가 절벽 중간쯤에 삐죽이 튀어나온 조그만 솔 나무 가지에 웃옷이 걸려 멈춰졌다.

그러나 몸 전체를 잠시 바동거리던 낙계는 더 이상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그 나무가 송두리째 뽑혀지는 바람에 다시 아래로 뚝 떨어지다가 맨 아래 이파리가 무성한 어느 나뭇가지 위로 침대에 드러눕듯 털썩 내리앉았다. 하지만 그 충격에 혼절을 해버린 낙계의 몸은 또다시 그 나뭇잎들 사이로 쑥 빨려 들어가 이젠 아예 흔적조차도 알아볼 수 없게끔 완전히 감추어진 꼴이 되어버렸다.

"아이고, 저 저걸 어째"

"나뭇가지 위에 걸쳤으니 설마 돌아가시지는 않았겠지"



"그건 아직 모르지. 우리가 직접 내려가서 두 눈으로 확인을 해보기전에는…."

"아무쪼록 무사하셔야 할 텐데."

그러나 이들은 자기 상관 낙계의 안위(安危)에 대해 더 이상 떠들거나 걱정할 여유가 없었다. 곧바로 밀어닥친 죽창부대 병사들과 맞서 이들은 죽기살기로 싸워야했기 때문이었다.

"이야압!"

" 창! 창! 창!"

칼과 창이 서로 맞부딪치는 요란한 금속성 소리와 아울러 간간이 섞인 비명소리, 기합소리가 산 정상에서 한참동안 울려 퍼졌다. 낙계의 부하들은 이를 악물고 정말 열심히 용감하게 싸웠다.

그러나 중과부적(衆寡不敵)! 제아무리 날래고 용맹스러운 자들이라 할지라도 계속 쉴사이 없이 몰아붙이듯 개떼처럼 달려드는 적들을 어찌 감당해 내겠는가!

죽을힘을 다해 싸워봤자 여기서는 도저히 살아나갈 길이 없음을 알게 된 낙계의 부하 사양, 태락, 구곡 등등은 저마다 크게 울부짖으며 차례차례 계곡 아래로 자기 몸을 던져버렸다.

그러나 행운과 요행은 그리 쉽게 따라주지 않는 듯.

계곡 아래로 떨어지는 그들의 몸은 방금 전의 낙계와는 전혀 달리 절벽 중간쯤에 삐죽 튀어나온 나뭇가지들에 걸리지 않고 그대로 모두 추락! 울퉁불퉁 제멋대로 튀어나온 바윗돌 바닥 위에 머리통들이 이리저리 부딪히고 깨져서 빨간 수박쪽처럼 마구 흐트러졌고, 팔다리가 여기저기 찢어져 날아가 버렸다.

정말이지 저 참혹하고 처참한 광경은 사람이 두 눈으로 차마 쳐다볼 수가 없을 정도였다.

"어찌 되었는가"

뒤늦게 칼을 빼들고 이곳에 나타난 봉암이 주위에 있는 부하들에게 물었다.

"모두 저렇게 되어버렸습니다."

그의 부하중 하나가 손으로 계곡 아래를 가리키며 봉암에게 말했다.

"으음, 쯧쯧쯧. 불쌍한 것들. 기왕에 저렇게 죽을 바에야 차라리 우리 죽창 끝에 찔려서 얌전히 죽는 편이 훨씬 낫지."

봉암은 계곡 아래에 펼쳐진 참혹하고 끔찍스러운 광경을 보고는 매우 기분이 언짢고 못마땅한 듯 눈살을 팍 찌푸리며 고개를 가로 내저었다.

"놈들이 모두 죽었는지 애들을 시켜서 저 아래로 내려가 보게 할까요" 옆에 있던 부하가 봉암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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