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시력 수험생 '눈앞 캄캄' 그래도 '교사 꿈' 희망 쏜다
저시력 수험생 '눈앞 캄캄' 그래도 '교사 꿈' 희망 쏜다
  • 김금란 기자
  • 승인 2007.08.24 2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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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맹학교 윤석우 교사·이금순 학생 '고군분투'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83일 앞으로 다가왔다.

'4당 5락(4시간 자면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고 3 병'의 용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엔 긴장감이 감돈다. 정적이 감돌다가도 기침 소리에 고개 한 번 들게 되고, 발자국 소리에 달팽이관이 소슬처럼 놀라기도 하는, 고통스런 고(苦) 3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청주맹학교 3학년 이금순양(19)도 대구대학교 특수교육과를 목표로 수험생 대열에 뛰어들었다.

지난 3월부터 수능을 준비했다는 이양은 "늦은 감이 들어 걱정이다"라는 말로 운을 떼자 2학년 교무주임 윤석우 교사(42)는 "걱정도 팔자다"라며 제자의 등을 톡톡 두드려준다.

이양은 유전적인 요인으로 저시력 장애인이다. 여느 수험생처럼 시험이라면 '아∼악∼'소리를 내고 싶지만, 그래도 교사라는 꿈을 갖고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지난달 본 모의고사는 완전 망쳤어요. 문제도 어렵고 시험 시간도 짧고 특히 외국어 영역은 무슨 말인지"라며 투덜대는 모습이 여느 고 3과 똑같다.

168 큰 키에 긴 생머리를 질끈 묶고 사회탐구 과목을 지도하는 윤 교사 옆에 앉아 시험을 준비 중인 그녀의 노트를 들여다보니 일반 글자보다 2배는 족히 크다.

"전맹인 학생들은 점역(점자로 번역) 시험지로, 저시력 학생들은 시력정도에 따라 1.2배, 1.8배, 3.6배 글자크기의 시험지로 수능을 본다"며 자신은 1.8배 확대된 시험지를 확대독서기를 이용해 시험을 치러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능을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뭐냐는 질문에 망설이던 그녀가 꺼낸 말은 "교과서와 문제집이 확대글자로 인쇄된 게 없어 공부하기가 쉽지 않다"며"특히 한국지리 영역에서는 깨알같은 글씨가 빼곡히 들어차 있어 문제를 풀기보다 문제를 읽기가 더 어렵다"고 털어놨다.

그녀의 사탐과목을 담당하고 있는 윤석우 교사는 "장애인들을 위한 대학 문호가 상당히 넓어졌다고 하지만, 진학담당을 해보면 여전히 높은 장벽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일반계 고교보다 장애인 특수 학교는 대학진학보다 취업 위주의 교과편성으로 수능 준비가 여의치 않다는 게 윤 교사의 지적이다. 이와 함께 윤 교사는 "전 맹인 학생들은 모의 시험도 일반학생보다 늦으면 한 달 뒤에 치른다"며 "1년에 4번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는 모의시험을 치르지만 시각장애인용 점역 시험지는 작성하지 않아 교사들과 봉사원들이 점역을 해 학생들에게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2008학년도 장애인 특별전형을 실시하는 대학은 전국 78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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