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문백전선 이상있다 <351>
41. 문백전선 이상있다 <351>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8.23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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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앗! 놈들이 벌써 따라왔습니다"
글 리징 이 상 훈

"낙계님! 큰일 났습니다. 놈들이 지금 이곳을 향해 개떼처럼 몰려오고 있어요!"

사양과 태락이 급히 달려와 거의 숨넘어갈 듯한 목소리로 낙계에게 말했다.

"뭐라고"

"네. 일제히 모두 질서정연한 자세로 죽창을 들고 달려오는데 아무래도 봉죽의 정예 죽창부대 같습니다."

"그럴 리가 놈들이 전투를 하다말고 어떻게 갑자기 멈추고 여기까지 쫓아온단 말이냐"

낙계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사양과 태락의 새파랗게 질려 있는 얼굴을 보고 낙계는 뭔가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

"단순히 겁을 주려고 쫓아왔다가 바로 되돌아갈 것 같지는 않더냐"

"아닙니다. 우리들을 토끼 몰듯이 쫓아와 아예 섬멸해 버릴 태세입니다. 어서 서두르세요. 여기서 꾸물거리다간 우리들은 아예 뼈조차도 못 추린 채 죽고 말 것입니다요."

태락이 아주 다급하게 다시 외쳤다.

"으음. 큰일이다! 그나마 이곳은 나무숲이 있는 산속일진대 여기서 빠져나가 벌판을 달리다가는 저들의 눈에 뜨이기 십상일 텐데."

낙계의 얼굴 위에 갑자기 깊은 절망의 빛이 드리워졌다.

"아앗! 놈들이 벌써 따라왔습니다."

낙계의 바로 옆에 있던 구곡은 이렇게 말하며 갖고 있던 창을 재빨리 휙 집어던졌다. 그러자 그들로부터 이십여 장 떨어진 곳에까지 다가온 어느 죽창부대 병사 하나가 갑자기 날아온 창에 가슴을 푹 찔리며 죽창을 쥔 채 앞으로 고꾸라져 버렸다.

"안되겠다. 일단 피하고 보자."

낙계는 부하들과 함께 급히 서둘러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다지 크지도 않은 이 좁은 산속에서 그들이 피하면 얼마나 피할까 어느 틈에 그들의 코앞에 바짝 나타난 죽창부대 병사 네댓 명은 낙계 일행을 발견하자 번거로운 죽창을 일제히 땅바닥에 꽂아두고는 허리춤에서 단검을 쑥 뽑아들고 덤벼들었다. 전투 중에 명령 없이 뒤로 물러서는 자는 무조건 산채로 기다란 죽창에 꿰어지는 형벌을 받는 것이 봉죽의 죽창부대 철칙이었다. 따라서 봉죽의 죽창부대 병사들은 전투에 임하기만 하면 적의 칼날에 자기 두 팔다리가 잘려져 나가는 한이 있더라도 결코 후퇴하는 법이 없었고, 따라서 이런 엄하고 독한 군기 때문에 봉죽의 부대는 이제껏 패배를 한 적이 없었던 것이다.

"낙계님! 어서 멀리 피하십시오. 저희들이 놈들을 최대한 막아보겠습니다."

구곡과 태락 등 몇몇 부하들은 쫓아오는 적의 숫자가 점점 더 불어나자 도망가는 걸 아예 포기해 버린 채 뒤돌아서서 적들과 맞서 싸우며 낙계를 향해 소리쳤다. 이들은 이제껏 모셔왔던 자기 상관 낙계를 위해 마지막 발악을 하는 듯한 충성을 보이고자 하는 것이었다. 낙계는 눈물을 흩뿌리며 나머지 부하들을 이끌고 더욱더 산속 깊숙한 곳으로 도망쳐 들어갔다.

'아, 아! 도대체 이게 어찌된 일이냐 그렇다면 전투가 저들의 승리로 이미 끝나가지고 후방에 스며들어온 우리들을 지금 뒤쫓고 있다는 말인가'

낙계는 이렇게 속으로 한탄을 하며 불과 몇 명 안되는 부하들과 함께 나뭇가지와 풀숲을 헤치며 계속 도망쳤지만 그러나 달아나는 데에도 한계가 있음을 곧 알아챘다.

지금 그의 앞을 야속하게 딱 가로 막은 저 험하고 깊은 계곡!

제아무리 산을 잘 타는 사람일지라도 저 무시무시한 계곡을 한 번 내려다보면 두 눈앞이 뱅글뱅글 돌며 대번에 아찔해 지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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