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미질
반 영 호<시인> 비 내린 촉촉한 길을 지날 때마다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면서
구겨진 곳들이 면도 부위처럼 멋을 낸다
신경 줄을 팽팽히 세워 높을 것도 없는 산을
증기기관차가 힘차게 내달리면
울퉁불퉁한 신작로에 평면 연마작업과 같이
연삭기가 지나가고 아스팔트 압착기가 압박을 가한 듯
매끈한 길로 다시 태어난다
반듯해라 반듯해라
피죽바람 일구며 숨가삐 치닫지 말고
천천히 숨죽여 낮게 낮게 섭리의 길을 가라
입김 호호 불어 시린 손 녹이면서
나비처럼 사뿐히 날아 오른 길마다 다뜻한 온기가 솟는다
때때로 중심은 맨 가장자리에 있다
어깨 펴고 의젓이 걷는 그날이 오면
놀래라
모서리는 어느새 중심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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