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도심 가로수 `싹둑'… 식목일 무색
청주도심 가로수 `싹둑'… 식목일 무색
  • 이주현 기자
  • 승인 2022.04.05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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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8만8천그루 매년 가지치기 … 투입 예산만 14억
가경천 살구나무 157그루 등 무단 훼손 … 여론 뭇매
환경聯, 마구잡이식 자제-인도·학교 주변 식목 요구
청주시 청원구 율량동 한 아파트단지 인근 가로수가 마치 목이 잘린듯 가지부분이 몽땅 잘려져 버렸다. 청주시의 가로수 가지치기 작업으로 벌어진 광경이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제공
청주시 청원구 율량동 한 아파트단지 인근 가로수가 마치 목이 잘린듯 가지부분이 몽땅 잘려져 버렸다. 청주시의 가로수 가지치기 작업으로 벌어진 광경이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제공

식목일을 맞아 청주시의 가로수 가지치기가 또 논란이 되고 있다.

청주시는 도심권과 도시 외곽권에 대략 10만그루의 가로수를 관리하고 있다.

시는 이중 도심권의 가로수 8만8000그루에 대해 해마다 가을부터 다음해 3월까지 가지치기 작업을 벌이고 있다.

가지치기에 투입되는 예산만도 무려 14억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청주도심 주 간선도로의 버즘나무 가로수는 낙엽이 떨어진 이후 봄철 새싹이 나기 전까지 잔가지가 모조리 잘려나가면서 기형의 흉물스런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청주시가 이같은 가로수 가지치기를 하는 이유는 대로변 상권의 쇄도하는 민원 때문이다.

청주시 산림관리과 김승갑 팀장은 “가로수 가지치기를 하지 않을 경우 가지가 늘어지면서 간판을 가리거나 낙엽피해, 일조권 등을 이유로 민원이 하루 평균 5~6건씩 들어오고 있다”며 “가로수 도복피해 등을 막기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가지치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는 한국전력 고압선과 관련된 합선, 누전에 따른 감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청주시는 한전을 대신해 가지치기를 한 뒤 한전으로부터 비용을 충당받는 형태로 가로수를 관리하고 있다.

문제는 이외에도 무분별한 가지치기로 청주시내 곳곳의 가로수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2020년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과 가경동을 관통하는 가경천의 경우 하천 정비사업을 하면서 살구나무 157그루가 무단 훼손됐다.

정비사업만을 앞세워 무분별하게 가로수를 훼손한 충북도는 이후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또 청주시 청원구 안덕벌로에서는 도로 정비사업을 이유로 20그루 이상의 은행나무를 뽑아버리기도 했다.

이와 관련,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과 충북생명의숲,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기후위기대응위원회는 5일 청주시청 임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청주시의 가로수 훼손 중단과 가로수 조성 보호정책 시행을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기후위기에 적응하는 청주 도심의 가로수는 지금도 훼손되고 있다”며 “2020년 청주 가경천의 살구나무 157그루가 하천 정비사업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베어졌고 안덕벌에서는 도로 정비사업을 이유로 20그루 이상의 은행나무가 뽑혀 사라지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또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나무가 흡수하거나 포집하는 방법 밖에 없다”며 “가로수는 그늘을 만들어 도시 온도를 낮춰주는 등 도심에 필요한 존재”라고 강조했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김다솜 부장은 “청주시 등 지자체가 바라보는 가로수에 대한 인식이 이제는 변해야 한다”며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도시에 가로수를 많이 심고 가급적 가지치기를 하지 말고 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현기자
jh201302@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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