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사태 중대한 분수령
인질사태 중대한 분수령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8.02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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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랍사태 2주일… 여론 "美 영향력 행사" 한목소리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 인질사태가 중대한 분수령을 맞이하고 있다. 이미 2명이 살해됐고, 추가 희생자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23명의 인질 가운데 2명이 사망하고 단 한명의 인질도 구출하지 못하면서 납치사건 2주째를 맞아 정부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아프간 정부 협상단에 농락을 당하고 특사 파견도 실패로 돌아갔다는 것이 비판의 주류다. 인질사건 해결과정에서 여론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는 정부로서는 점점 더 궁지로 몰리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남은 인질들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탈레반과 직접 구출협상을 하고 미국에도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 수감자를 석방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해 줄 것을 요청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21명의 인질이 무장단체의 총구 아래에서 언제 희생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당연히 나올 수 있는 '절박한' 요구들이다.

◇ '미국 끌어들이기' 과연 석방협상에 도움될까

그러나 탈레반과의 '직접협상'이나 사건 해결과정에서 '미국'을 사건의 중심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언뜻 보기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화(禍)'가 될 수 있다는 점 또한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미 정부를 꾸려본 경험이 있는 탈레반 무장세력은 협상과정에서 인질들의 오디오와 비디오 공개를 통한 선전전, 협상시한 설정, 그리고 인질들에 대한 살해 행위로 그들의 협상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내에서 미국의 영향력 행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가는 것은 탈레반 측의 전술이 성공을 거두고 있는 징표로 볼 수 있다.

◇ 한국의 '직접협상' 요구, 유·무형의 큰 피해 우려

또 한국의 탈레반과의 직접협상 요구 또한 문제가 많다.

탈레반 납치세력이 수감자 석방을 줄곧 요구하고 있는 상태에서 우리 정부가 협상에 나선들 무슨 괴력(怪力)이 있을까. 오히려 테러조직과의 협상은 국가의 격(dignity and integrity)에 큰 손상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

이는 세계무역대국 12위의 한국이 '테러와의 전쟁'이 화두가 되고 있는 국제사회 질서속에서 머물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로 인한 유·무형의 피해는 불특정 다수인 한국민의 몫이다. 또 테러집단과 공개적 거래를 통해 인질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은 다른 테러집단이나 해적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 정부가 '조용한 외교' 펼 수 있도록 여론이 뒷받침해야

어려운 때일수록 '냉정함'을 유지해야 한다. 지금 정부의 한계는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조용한 외교'를 펼칠 수 있는 공간을 여론이 뒷받침해줘야 한다.

인질들이 극도의 위험 속에 처해 있는 것은 안타깝지만, 그나마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정부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을 조용히 넓혀주는 것이 인질들을 한명이라도 구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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