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산림사업이 업계 밥그릇 싸움판?
지자체 산림사업이 업계 밥그릇 싸움판?
  • 오영근 기자
  • 승인 2020.12.16 2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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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산림사업 … 산림조합 강제 위탁 `30년 관행'
2010년 민간개방 뒤 산림업자 난립 … 수주경쟁 치열
산림법인 충북협, 고소·고발로 수의계약 관행 `제동'
헌법재판소, 산림사업 특수성·수의계약 당위성 인정
공익성 조합과 민간법인간 사업수주 형평성 논란도

“을(乙)이 갑(甲)을 고소했다.”

최근 충북도내 산림업자로 구성된 산림사업법인 충북협회(이하 산림법인)가 진천과 옥천, 영동 등 3개 지자체 군수 3명과 공무원 등 9명을 집단 고소한 사건을 두고 나온 말이다.

사업을 발주하는 자치단체를 상대로 사업을 시행할 개발업자가 형사고소를 했으니 그 사례부터가 아주 드문 경우다. 산림사업과 관련해 군수 3명과 공직자 6명이 무더기 고소당하기는 충북이 처음이다.

혐의는 피고소인들이 산림사업을 발주하면서 산림조합에 수의계약으로 특혜를 주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산림법인 소속 회원사의 입찰참가 권리를 방해했다는 얘기다. 이른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혐의다.

이 사건은 고소제기 두 달만인 지난 3일 청주지검의 무혐의 처분으로 일단락됐다.<본보 11월26일, 12월4일 보도> 산림법인이 주장했던 혐의내용이 모두 기각된 것이다.

그렇다면 산림법인은 왜 3명의 군수와 6명의 산림담당 공무원을 고소했을까. 한마디로 이 사건은 지자체의 산림사업을 놓고 벌어진 산림조합과 산림협회 간 밥그릇 다툼으로 요약된다.

지난 30년 가까이 국내의 산림육성(조림)사업은 대부분 산림조합이 맡아 대행해 왔다.

1990년 산림정책의 효율성을 위해 산림조합에 산림사업을 위탁하는 제도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정부주도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산림사업을 산림조합에 위탁하도록 강제했던 것이다.

하지만 10년 뒤인 2000년, 산림법이 개정되면서 산림사업이 민간에 개방된다.

산림조합에 위탁 대행토록 강제됐던 규정이 산림법인에도 위탁대행이 가능하도록 바뀐 것이다.

동시에 산림업자들의 산림법인 등록요건도 마련됐다. 이때부터 생겨나기 시작한 산림법인 수가 10년 사이 충북 105개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2143개에 이른다.

이들 산림법인은 일부 예외적 수의계약을 제외하곤 대부분 공개경쟁 입찰을 통해 사업을 수주할 수 있다.

반면 산림조합은 산림사업 대행위탁자라는 법률적 근거로 금액에 관계없이 수의계약을 통해 산림사업을 수주해 왔다.

경쟁입찰을 해야만 하는 산림법인의 눈에 산림조합의 수의계약 수주는 불공정 특혜일 수 밖에 없었다.

전국 124개 산림조합과 2143개 민간 산림법인간 사업수주를 놓고 치열한 다툼이 벌어지게 된 배경이다.

산림법인 측은 지난 2006년 헌법재판소에 산림자원법 23조 1항의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고 요청했다.

이 규정으로 인해 산림법인은 각 지자체의 산림사업의 입찰에 참여할 권리를 방해 받았다는 것이다.

더불어 산림법인이 얻을 수 있었던 사업적 이익이 박탈되고 재산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산림법인 충북협회가 진천과 옥천, 영동군수를 형사고소한 혐의도 이와 똑같았다.

산림법인 충북협회 전병천 회장은 “3곳 지자체가 특별한 사유도 없이 산림조합에 해마다 수억에서 수십억원의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몰아주면서 산림법인들의 입찰 참가 권리를 박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헌재의 판단은 달랐다. 헌재는 `산림자원법 23조가 산림법인이 갖는 재산권이나 평등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더 나아가 헌재는 산림조합의 산림사업 위탁대행의 당위성도 인정했다. 산림사업이 공익적 수행을 담보해야 하는 만큼 장기적이고 수익성에 구애받지 않는 사업추진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산림조합중앙회 송영범 충북본부장은 “산림조합은 국가의 지도감독을 받기 때문에 공익적 산림사업에 적합한 기능을 갖춘 조직”이라고 말했다.

충청북도 지용관 산림과장은 “산림사업 발주물량이 줄면서 사업수주를 놓고 업계간 밥그릇 다툼양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산림사업의 공익성과 함께 사업발주의 공정성 측면에서도 정책적 고려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오영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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