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확진에 폼페이오 방한 연기…美中 외교전 부담 완화
트럼프 확진에 폼페이오 방한 연기…美中 외교전 부담 완화
  • 뉴시스 기자
  • 승인 2020.10.0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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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일본만 방문…7일 방한 일정 연기
일본, 쿼드 외교장관회의서 긴급 현안 논의

中왕이 외교부장 방한 일정 추진도 불투명?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한국 방문이 연기되며 한반도에서 격돌할 것으로 예상됐던 미중 양국의 외교전도 잠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리어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폼페이오 장관의 아시아 순방 일정이 변경된 데 따른 것으로 미 국무부는 10월 중 아시아 방문을 다시 추진키로 했다.



미 국무부는 4일(한국시간) '폼페이오 장관의 아시아 방문 업데이트' 보도자료를 통해 "폼페이오 장관이 4~6일 일본 도쿄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이어 "10월에 다시 아시아를 여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몇 주 밖에 안 남은 아시아 방문 계획을 재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미 측으로부터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 연기와 관련해 사전 설명을 받았으며, 그간 외교부와 주한미대사관, 국무부와 주미한국대사관 등 한미 외교 경로를 통해 긴밀히 소통하며 방한 연기를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정부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해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이 연기된 점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며 "조속한 시일 내 다시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이 추진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당초 미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이 4~8일 일본, 몽골, 한국 등 아시아를 순방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미국시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월터 리드 군 병원에 입원하면서 폼페이오 장관의 해외 출장에도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이 경미한 증상을 보이고 있는 만큼 백악관은 펜스 부통령에게 권한 이양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여느 때와 달리 비상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 올린 4분 분량 동영상에서 "이제 많이 좋아졌다. 조만간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방한 일정도 조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그간 외교부는 "중국 측 인사의 방한과 관련해 정해진 것은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지만 한중 외교가에서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에 맞서 왕이 부장이 방한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이 미뤄지면서 왕이 부장의 방한도 불투명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에서는 미중 외교수장이 10월 한반도를 잇따라 찾을 경우 미중 전략 경쟁 속 한국을 향한 동참 압박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미중은 코로나19 책임론에 이어 홍콩 국가보안법와 남중국해 문제 등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데다 미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때리기'를 심화하며 중국이 강력 반발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폼페이오 장관은 한국과 몽골 방문은 연기하면서도 오는 6일 '쿼드'(QUAD) 외교장관 회의 참석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키로 했다. 미 국무부는 "도쿄에서 열리는 쿼드 외교장관 회의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긴급한 문제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쿼드는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 4개국 협의체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견제가 주요 목적이다.



앞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 8월 쿼드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사한 수준으로 공식화하는 구상을 거론하면서 한국, 베트남, 뉴질랜드와 4개국이 참여한 '쿼드 플러스(+)' 구상을 제시했다. 이로 인해 폼페이오 장관 역시 '경제번영네트워크(EPN)' 참여와 함께 '쿼드 플러스' 구상에 대한 동참을 언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강 장관은 최근 '아시아 소사이어티' 화상 대담에서 쿼드 플러스에 가입할지를 묻는 질문에 요청이 없었다며 "다른 국가들의 이익을 자동으로 배제하는 어떤 것도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역내 협력에서 개방성, 투명성, 포용성 국제규범 준수 등 원칙을 중요시 한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는 미 대선 전에 확실히 반중 전선을 만들어야 외교 정책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입장인 반면 중국은 한국이 미국과 함께 반중 전선에 서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며 "폼페이오 장관이 적극적으로 인도·태평양 전략을 얘기할 수 있는 중요한 방한인 만큼 왕이 부장까지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에 왕이 부장은 폼페이오 방한 직후 한국을 찾아 한중 협력을 재확인하고, 반중 연대 동참을 견제할 것으로 점쳐졌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문제는 물론 올해 한국에서 개최를 추진 중인 한·중·일 정상회의에 리커창(李克强) 국무총리 참석 문제도 한중 협력을 강화하는 연장선에서 논의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현실적으로는 미국의 동맹국이면서 중견국 지위를 가진 한국이 어느 한쪽 편을 들기보다는 중립을 유지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중국의 부담이 완화되기를 희망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미국이 EPN은 물론 쿼드 플러스를 통해 한국을 끌어들이는 것은 물론 한국에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배치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이에 중국은 적극적으로 한국이 반중 전선에 서지 못하도록 설득하면서 동시에 중국과 협력적인 국가로 전환하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한반도 종전선언을 띄우고, 국제사회에 지지를 요청하면서 남북, 북미 관계의 진전을 꾀했던 정부로서는 미중 외교수장의 방한 지연이 다소 아쉬운 상황이다.



다만 미중 갈등 측면에서는 잠시나마 정부의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월 열린 3차 외교전략 조정회의에서 안보는 한미 동맹, 경제는 공정·개방이라는 원칙을 세우고 현안별 세부 전략을 마련키로 했다.



김 소장은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대중 정책의 실질적 내용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고,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도 결정될 것"이라며 "미중 전략적 대결 속에서 선택의 문제로만 접근하기보다는 비슷한 상황에 있는 국가들이 양자, 다자 네트워크를 활용해 새로운 국제 질서를 만드는 움직임을 가속화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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