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무섭다
김 용 택밥이 무섭다 식전 논에 가 논두렁을 걸으며
논을 둘러보면 무섭다
머리가 띵하게 코를 찌르는 농약 냄새
메뚜기 한 마리 없는 논두렁
방동사니 개밥풀 하나 없는 깨끗한 논바닥
올챙이 한 마리 없이 말짱한 논물을 보면
어지럽고 무섭다
논두렁을 걸으며 들을 둘러보면
바작 받쳐놓고 소죽감 베는 사람 하나 없는
적막한 들판을 보면 무섭다
거미줄 한 가닥 갈리지 않은 논을 둘러보고 돌아와
배고픈 밥상에 앉으면
밥이, 밥이 겁나고 무섭다.
시집 '꽃산 가는 길' (창작과비평사) 중에서
<김병기시인의 감상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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