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울리는 악덕 상술
노인 울리는 악덕 상술
  • 이상덕 기자
  • 승인 2007.04.04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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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향민 등 무료 초청… 공연은 '뒷전'
북한 예술인 공연을 하겠다며 무료티켓을 배포해 실향민, 노인 등을 초청해 놓고 공연은 뒷전인 채 상조회 가입과 건강 제품을 판매하는 얄팍한 상술이 기승을 부려 피해가 우려된다.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송모씨(49)는 지난 1일 청주시 흥덕구 율량동 모 호텔에서 북한 무료예술단 공연이 열린다는 홍보 전단과 공연 티켓을 우연히 손에 쥐게 돼 거동이 불편한 노모를 모시고 모처럼 바깥구경을 시켜드려야겠다는 생각으로 모 호텔 공연장을 향했다.

무료 초청 티켓에는 어디에도 상조회나 건강제품 판매하는 내용이 담겨있지 않았으나 공연시간이되자 북한예술단 대표라는 출연자가 나와 인사말만 하더니 곧바로 등장한 상조회 대표가 2시간이 넘도록 가입 설명과 건강제품 판매에 열을 올렸다. 이렇게 2시간이 지나서야 시작된 북한예술인 공연은 탈북여성 6∼7명이 번갈아 가며 춤과 노래를 부르긴 했으나 30∼40분만에 그쳤다.

이어 건강팔찌를 만드는 회사 대표가 나와 다음달 1일부터 병원, 백화점에서 고가에 판매할 제품이라며 싼 값에 10개월 할부로 팔겠다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진행자들은 중간 중간 끝까지 남은 모든 분들께 고급 손목시계를 드린다며 대부분 노인층인 참석자들을 마지막까지 붙잡았다.

모 호텔 행사장에서 진행된 공연은 이날 하루 세차례나 지속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행사장에 모여든 수백명의 노인들은 공짜로 북한 공연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시작하기 30분 전부터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모습도 보였다고 한다.

송씨는 "초대권에 북한예술단 공연만을 언급한 채 공연은 뒷전이고 판단력이 흐린 노인들을 상대로 상조회, 건강제품 등을 판매하는 것은 상조회를 가장해 떠돌이 약장수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고향이 그리운 실향민과 경제적 능력이 없는 노인들을 상대로 상술에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생길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청주 YWCA 소비자 상담실 전선희 간사는 "어르신들에게 과장광고를 통해 물건을 구입하게 만들고 자동이체나 고지서를 보내 입급을 독촉한다"며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아 반품하려면 복잡하고 연락이 안돼 고스란히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이 접수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관계자는 "청주지역은 호텔, 극장 등에서 연예인, 코미디언을 초청해 수차례 걸쳐 공연을 했고, 공연 중 협찬사의 상품을 파는 것은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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