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물에 그 밥
그 나물에 그 밥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9.03.18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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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도대체 그놈이 그놈 같고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요즘 언론에 비치는 검찰과 경찰을 두고 시중에서 나도는 얘기다.

먼저 검찰의 상황부터 볼까. 지난 14일 국회 행정안전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민갑룡 경찰청장. 그는 이 자리에서 거침이 없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관련된 별장 성 접대 추문사건과 관련한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대해 검찰이 사건을 무마한 정황을 `있는 그대로' 까발렸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김민기 의원이 “경찰이 2013년 당시 (김학의 전 차관이 등장한 성추행 관련) 흐릿한 동영상과 깨끗한 동영상 원본을 모두 입수했는데 왜 흐릿한 영상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느냐”고 질문하자 “깨끗한 동영상은 육안으로 봐도 명확하게 (김학의 전 차관의 얼굴을) 식별이 가능해 국과수에 보내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이게 무혐의 처분이 났다. 배후를 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장면은 이날 TV를 통해 그대로 안방 시청자들에게 방영됐다. 2013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강원도 원주 별장 성 접대 스캔들이 검찰에 의해 없던 일로 파묻혔다는 사실이 6년 만에 전 국민에게 재각인되는 순간이었다.

빅뱅의 멤버 승리가 직접적으로 연관된 서울 강남의 유명 클럽 `버닝썬'과 경찰의 유착 관계도 사실로 드러났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광역 수사대는 15일 전직 강남경찰서 경찰관 A씨를 알선 수재 혐의로 구속했다. 또 같은 경찰서의 현직 경찰 B씨를 직무 유기 혐의로 입건했다. A씨는 버닝썬 측으로부터 돈을 받고 사건을 무마해 준 혐의를 받고 있다. B씨 역시 버닝썬과 관련해 청탁을 받고 뒤를 봐 준 혐의를 받는다.

승리와 가수 정준영 등의 카톡방에 `경찰총장'으로 등장한 C는 대기발령 조치됐다. C씨는 경찰청 본청 과장으로 재직 중이며 현재 경무담당관실에서 대기발령 상태로 적을 두면서 조사를 받는 중이다. C씨는 정준영의 카톡방에 멤버들로부터 클럽 버닝썬의 뒤를 봐준 인물로 알려졌으며 실제 조사 결과 버닝썬의 대표인 Y씨와 승리 등과 몇 차례 식사도 한 사실이 드러났다.

공교롭게 겹쳐져 떠오른 두 사건을 보는 국민은 착잡하다. 두 집단이 가뜩이나 수사권 조정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상황에서 `그 나물에 그 밥'이란 소리가 나온다. `누굴 믿어야 하나'하는 탄식까지.

위 두 사건의 심각성은 둘 다 `조직적'이라는 점이다. 경찰이 보낸, 식별 가능한 동영상을 보고도 무시한 검찰. 피의자(김학의 전 차관)가 경찰의 소환을 거부해도 이를 묵인한 검찰. 담당 수사 검사 1명이 모든 걸 책임지기엔 터무니없다.

클럽 버닝썬 사태도 마찬가지다. 성 매매, 마약, 폭력 등 온갖 사건이 수년간 서울 한복판에서 `일상처럼'벌어졌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죄다 묻혀버렸다.

검경이 수사권을 놓고 싸운 지 벌써 10여 년. 그 귀결이 어떻게 나든 국민의 마음은 착잡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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