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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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3.2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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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증설정책에 묻힌 소시민의 삶
김 주 철 <편집국장>

최근 정우택 충북지사와 남상우 청주시장이 하이닉스 반도체 청주공장 증설 유치 성공으로 대규모 고용창출은 물론 지역경제를 활성화 할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며 상당히 고무된 표정이다.

하이닉스 반도체 청주공장이 1라인만 증설돼도 고용인원이 2000여명이 증가하고, 2009년 3라인까지 증설 된다면 무려 1만3000여명 고용에 월 300억∼400억원의 인건비 지출이 예상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폭제가 된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에 충북도는 보도자료를 통해 민선4기 출범이래 투자유치 실적이 9개사에 1조3420억원이며, 다음달초 하이닉스가 협약을 체결할 경우 6조원대에 이른다고 발표했고, 청주시도 민선4기 출범 1년도 안돼 6개기업에 6조198억원을 유치, 예상 고용인원 6570명의 효과를 거둘것으로 예상된다며 자화자찬이다.

일면 수치상으로는 현안문제인 고용확대에 도움이 클것이고, 근로자들의 인건비 유입으로 인한 지역경제 순환기능에 상당한 역할이 기대되긴 한다.

지난 1997년11월 IMF이후 우리는 시중에 돈이 돌지않아 경제활동이 마비됐던 경험을 기억할 것이다. 시민들이 주머니에 돈이 없으니 동네 구멍가게가 파산하고, 구멍가게가 파산하니 도매상이 파산하고, 도매상이 파산하니 제조업체가 파산하고, 제조업체가 파산하니 실업자만 양산돼 가정경제가 무너지고 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따라서 이번 충북도와 청주시의 기업체 유치를 위한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자축하며 들뜬 그늘 뒤편에 2년3개월째 차디찬 노상에서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는 하이닉스 매그나칩 하청노조원 130명의 피눈물이 가려져 있음이 안타깝다.

지난해 하이닉스가 수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낸 그늘에 원청업체와 똑같은 근로를 실시하는데도 불구하고 절반에도 못미치는 복지수준에 '인간답게 살고싶다'며 합법적으로 노조를 결성한후 '해고'를 당한 노조원들은 지금도 차디찬 노상에서 '일하게 해달라'고 복직투쟁을 하고 있다.

또 인구 63만여명인 청주에 우후죽순으로 입점한 대형할인매장으로 인해 재래시장과 동네가게를 운영하며 자녀들을 공부시키고 단란한 가정을 일궈왔던 소시민들의 삶이 묻혀졌다.

최근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청주지역 6개 대형 할인매장에서 연간 322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재래시장을 비롯한 동네상권이 붕괴돼 서민경제가 고사위기에 처하고 있다.

대형할인매장의 치명적인 영향은 중소상인들을 실직상태로 내몰아 또다른 지역경제 침체를 일으킨다는 점이다.

특히 하루매출액을 모두 본사가 위치한 서울로 송금하고 지역은 빈 껍데기만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 보태 영업시간을 새벽시간까지 늘려 소비자를 유치하는 대신 지역 농산물을 비롯한 공산품 구매는 거의 하지 않고 있는게 현실이다. 따라서 대형할인매장과 재래시장, 동네 상권이 함께 살기위한 대책을 충북도와 청주시,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이 만들어야 한다.

우선 대형할인매장의 영업시간을 줄이고 지역영세상인 보호를 위한 품목 규제와 지역상품 우선 구매제도, 지역자금 역외 유출방지 방안, 대형할인점 추가 입점 규제조례 등을 유도하는 방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이와더불어 재래시장 및 동네상권도 가만히 앉아서 소비자가 찾아오는 것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대형할인매장에 없는, 소비자를 끌어 들일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을 구비하고 친절한 서비스 정신을 만들어간다면 다같이 잘사는 지역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이닉스 공장 증설 유치 성공을 넘어 지역주민들이 다함께 '행복한 충북'을 만드는데도 힘을 기울여 주기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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