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305>
궁보무사 <305>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3.2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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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어리니까 그렇지 차차 나아질 겁니다"
33. 운이 없다 보면

글 리징 이 상 훈 / 그림 김 동 일

사리 성주는 내내 웃음 띤 얼굴로 이렇게 말을 하고 나더니 밖을 향하여 크게 외쳤다.

"얘들아! 어서 시작하라."

그러자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그의 부하들은 저마다 예쁜 꽃들을 한아름 안고 들어와 침대 주위에 내려놓고 나갔다.

잠시 후, 두 사람이 사용할 침대 주위에는 온갖 꽃들이 산더미처럼 쌓이고 쌓여 마치 꽃밭 안에 푹 파묻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가 되고 말았다.

감미로운 꽃향기에 취한 듯 사리 성주는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코를 흥흥거리다가 천천히 옷을 벗으며 감물미녀에게 다시 말했다.

"부인! 자, 얼마나 좋소! 이런 화사한 분위기 속에서 부부 애를 서로 나눈다면 아들이건 딸이건 미남미녀(美男美女)를 못 만들어 낼 까닭이 없지 않겠소 자, 시작합시다."

감물미녀는 얼떨떨하고 못내 찝찝한 기분이었지만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자기도 옷을 벗으며, 그의 찐한 사랑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날부터 사리 성주는 자기 아내 감물미녀를 끔찍이 위해주고 사랑해줬다. 그리고 자기가 원하는 예쁜 아기를 낳아달라는 뜻에서인지 매일매일 예쁜 꽃으로 침실 주변을 도배하다시피 쌓아놓게 하였으며, 감물미녀에게는 음식이나 과일조차도 하나하나 신경 써서 예쁜 것들만 골라서 먹도록 하였다. 감물미녀는 남편 사리 성주의 이런 지극한 정성을 보고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마웠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 한편에서는 영 찝찝하고 불안스러움을 지울 수 없었다. 물론 그것은 동굴 안에서 그 칠성(七星)인지 뭔지 하는 이상스럽게 생겨먹은 놈에게 얼떨결에 한 번 당한 일 때문이었다.

'아! 이걸 어쩐다. 천하에 지지리도 못생긴 놈에게 새치기 당하듯이 내 밭을 한 번 버려놓은 꼴이니. 만에 하나, 내 몸 속에 놈의 지지리 못생긴 아기씨가 심겨 있다면 이를 어쩌지 하지만. 하지만 딱 한 번 뿐인 걸. 놈에게 딱 한 번만 내가 당했을 뿐이지만 우리 남편과는 이제까지 수십 번 수백 번 그걸 했잖아 그러나 만에 하나 놈의 씨가 내 밭에 먼저 심겨 있어서 그것이 자라난다고 한다면. 아, 아니야! 내가 왜 그런 방정맞은 생각을 하고 있나 괜찮을 거야. 틀림없이 괜찮을 거라고. 난 반드시 우리 남편 아기를 밸 거야. 그래서 나중에 정말로 꼭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예쁜 아기를 낳을 거라고! 암! 그렇게 되고말고..'

감물미녀는 자기 암시를 주듯 이렇게 자꾸만 중얼거리며 애써 태연한 척 해보았다.

어쨌든 성주의 지극 정성스러운 노력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로 그 칠성인지 뭔지 하는 산신령의 신통방통한 효험이 발휘된 덕분인지 감물미녀는 그토록 원하던 임신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꼭 열 달 만에 감물미녀는 딸을 낳게 되었는데.

그런데 감물미녀가 딸을 낳는 바로 그 순간부터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되는 갓난아기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너무 이상하게 생겼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어느 누가 보더라도 도무지 사람 새끼 같아 보이지를 않았다.

아무리 갓 태어난 아기라지만 저렇게 지지리도 못날 수가 있을까.

"너무 어리니까 그렇지 차차 나아질 겁니다요. 성주님이건 마나님이건 두 분 다 미끈하게 잘 생기셨으니 이 아기는 틀림없이 자라나면서 예쁜 얼굴로 차차 변해갈 겁니다요."

아기를 받아낸 산파는 이렇게 겉으로는 조심스럽게 말을 하였지만, 그녀 역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기색이 얼굴 위에 아주 뚜렷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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