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설날 이야기
베트남 설날 이야기
  • 이명순 음성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한국어 강사
  • 승인 2019.02.19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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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이명순 음성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한국어 강사
이명순 음성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한국어 강사

 

설날 며칠 전 결혼이민자 가정에 초대를 받았다.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인데 고향 음식하고 떡을 만들 거라고 한다. 베트남 설날에 먹는 대표적인 음식인 `반쯩'이라는 떡을 만들기 위해 준비를 많이 해 놓았다. 반쯩은 라욤이라는 초록색 큰 잎을 겹쳐 놓고 찹쌀, 녹두, 돼지고기와 양파를 넣은 후 라욤 잎으로 네모 모양과 원통형 모양으로 잘 싼 후 대나무 가지로 단단하게 묶어서 찌는 떡이다. 라욤 잎사귀가 없을 때는 바나나 잎을 사용해서 떡을 만든다.

반쯩은 설날에 조상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만들어 제사상에도 올리고 가족들과 맛있게 먹는 음식이다. 반쯩의 네모 모양은 땅을, 둥근 모양을 하늘을 의미한다. 베트남 북쪽 지역은 네모난 모양의 `반쯩'을 남쪽 지역은 원통형의 둥근 모양으로 떡을 만드는데 `반뗏'으로 이름도 다르다.

반쯩은 안에 찹쌀 등 소가 겉으로 빠지지 않도록 꼼꼼하게 감싸야 하고 끈으로 여러 번 묶어야 했다. 예쁜 정사각의 모양을 만들기 위해 틀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손이 많이 가서 시간이 꽤 걸렸다. 더 놀라운 건 이렇게 만든 반쯩을 10시간 이상 끈기있게 쪄야 한다는 거다. 결국 초대받아 간 날은 다른 음식만 먹고 반쯩은 그 다음 날 저녁에서야 맛볼 수 있었다.

반쯩은 한국에서 무병장수의 의미로 설날에 가래떡을 만들어 떡국을 끓여 먹는 것과 비슷한 의미다. 어렸을 때 어머니도 설날이 돌아오면 미리 음식 준비를 하셨다. 제일 먼저 가마솥에 종일 엿을 고았는데 엿이 완성되는 시간을 참지 못하고 부엌을 들락거려야 했다. 엿이 완성되면 땅콩이나 들깨, 콩을 넣어 다양한 엿과 강정을 만드셨다. 따로 조청도 떠 놓았다.

가래떡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루 두 개에 멥쌀을 찐 후 식을까 봐 이불을 푹 덮어 리어카에 싣고 방앗간에 가 줄을 서 기다리다가 떡을 뽑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말랑한 가래떡을 조청에 찍어 먹으면 맛이 좋았다. 전에는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여 가래떡도 만들고 엿도 고았지만 다들 바쁜 요즘은 간편하게 완성품을 사 먹는다.

베트남도 유사하다고 한다. 정성들여 직접 만들기도 하지만 바쁘면 시장에 가서 사 먹기도 한다. 그 때문인지 반쯩을 만들어 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도 많단다. 내가 방문한 가정에서도 베트남 친정어머니가 오셔서 반쯩을 만들고 젊은 사람들은 다른 명절 음식을 만들었다. 돼지고기를 숯불에 구운 후 국수와 먹는 하노이의 유명한 음식인 분짜도 만들었다. 찹쌀에 땅콩을 넣어 찰밥을 하고 닭 한 마리도 삶았다. 야채와 곁들여 푸짐한 음식이 마련되었다. 많은 음식 준비로 힘들었겠다고 말하니 베트남에서는 설날에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어 가족 친지는 물론 이웃과도 같이 먹는 것이 명절 풍습이란다.

다 함께 둘러앉아 맛있는 음식도 먹고 새해 인사도 나누며 한 해를 시작하는 의미 있는 설날이다. 하지만, 음식 준비로 힘든 여성들에겐 명절 자체가 스트레스가 된 지 오래다. 낯선 이국에서 고향 음식을 준비하는 이들의 모습은 시끌벅적하면서도 즐거워 보였다. 낯선 이방인으로 함께 했지만, 베트남의 설 음식을 먹으며 올해 설날은 새롭고 특별했다. 이 가정에서 설날의 떡과 음식을 만드는 기쁨과 정성이 올 한 해의 만복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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