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302>
궁보무사 <302>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7.03.26 09: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0. 운이 없다 보면

"아씨, 이러시면 칠성님께 큰 벌을 받습니다요"

"아이고, 아이고! 이를 어쩌나."

감물미녀는 크게 당황했다. 걷어 올려진 치마를 황급히 내리며 벌떡 일어나긴 했지만 이미 아래쪽이 찝찝하고 축축해진 것이 뭔가 일을 크게 당하고난 느낌이었다.

"이 빌어먹을 놈아! 어디다 대고 감히!"

감물미녀는 화가 나서 못생긴 놈의 귀싸대기를 호되게 갈겨주긴 했지만, 그러나 이거야말로 이미 퍼 먹힌 죽 그릇이요 엎어진 물그릇이나 다를 바 없었다.

"죽이겠다. 이놈!"

감물미녀는 허리춤에 차고다니던 단도(短刀)를 쑥 뽑아들었다.

"우에엑! 아이고! 살,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아씨!"

놈은 감물미녀가 손에 쥔 날이 시퍼런 단도를 보자마자 기겁을 하더니 두 무릎을 얼른 꿇고 두 손 모아 싹싹 빌어댔다.

"자식! 보아하니 겁은 되게 많은 놈이 감히 내게 이런 짓을. 이놈! 죽이겠다."

감물미녀는 이렇게 외치며 그의 목에 단도를 바짝 들이댔다.

"우에엑! 아이고! 살려주시와요. 제가 이렇게 비옵니다."

놈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온몸을 바들바들 떨어대며 통사정을 했다.

"어서 꺼내 보여라!"

"예"

"나를 능욕했던 네 놈의 길쭉한 고깃덩어리를 일단 내 눈 앞에 다시 꺼내 보이라고."

"그 그러면 이 몸을 살려주시는 겁니까요"

"어서 빨리 꺼내라니까."

추상같은 감물미녀의 화난 목소리에 놈은 바짝 얼어가지고 덜덜 떨면서 방금 전 바지 안으로 쏙 집어넣었던 자기 그것을 다시 꺼내 보였다. 역시 털 오라기 하나 없는 밋밋한 것이 지지리도 못나 보였다.

"요놈! 물간 오징어 다리쪽 만도 못한 걸 가지고 감히 나를 농락해 요놈! 내가 요걸 토막 쳐 주고 말겠다."

감물미녀는 이렇게 외치며 다른 한 손으로 그의 그것을 재빨리 움켜잡았다.

"으악! 살 살려주십시오. 아씨! 제발!"

"잔말 말아! 네 놈이 일곱 숫자를 꽤나 좋아하는 모양인데 내가 요걸 일곱 토막 내주마!"

감물미녀는 인정사정 볼 것 없이 그대로 단도를 내리쳤다. 그러나 단도의 끝은 그곳을 얼른 가린 놈의 손등 한복판 위에 푹 꽂혀졌다.

"으으으."

놈은 자기 손등 위에 단도가 꽂혀지자 무척 아프고 괴로운듯 팔딱팔딱 뛰어댔다.

"이놈아! 어서 내 단도를 내 놓아라. 내가 끝장을 봐야하지 않느냐"

감물미녀가 씩씩거리며 다시 외쳤다.

"아씨! 선녀 같이 예쁜 아가씨! 이러시면 칠성님께 큰 벌을 받습니다요."

놈은 손등에서 줄줄 흘러내리는 피를 한 손으로 닦아내며 감물미녀에게 말했다.

"이놈아! 내가 이미 호된 벌을 받았는데 뭐가 두렵겠느냐 자, 어서 내 놔라! 그 칼은 보기보다 무척 비싼 거다."

감물미녀는 여전히 분이 안 풀리고 속이 상한 듯 씩씩거리며 놈에게 손을 내밀었다.

"못 드리옵니다. 이건 죽어도!"

놈은 단도에 찔려 피가 줄줄 흐르고 있는 자기 손을 뒤로 얼른 감추며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