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성의 신화속의 날씨
반기성의 신화속의 날씨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3.2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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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폭풍의 신을 별로 만든 이유
"신화는 '감각의 논리'를 사용합니다. 이것은 보거나, 듣거나, 냄새를 맡거나, 맛을 보거나, 피부 접촉에 의해 얻은 구체적인 감각 소재를 상징적인 '항목'으로 삼아 그것들을 논리적으로 결합시킴으로써 세계의 의미와 인간의 실존에 대해 통찰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신화란 비합리적이고 비과학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오늘날의 학교 교육에서는 신화에 대해 거의 논의하려 하지 않는다. 신화는 유치하고 비합리적이고, 비과학적이며, 뒤떨어진 세계관을 내포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신화에 대해 배워 보았자 오늘날처럼 과학 기술이 발달한 시대에는 전혀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정말 신화는 비과학적이며 비합리적일까 아이슬란드의 신화 안에 숨어있는 과학적이고 합리적 인사고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로키 신이 폭풍의 신에게 잡혀있던 봄의 여신을 개암나무 열매로 만들어 품안에 넣고 구출해 돌아올 때, 폭풍의 신은 독수리로 변신해 맹렬히 추격해 오고 있었다. 폭풍과 우박과 눈보라와 회오리의 힘을 가진 폭풍의 신이라도 평소에는 신들의 도시를 넘어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분노가 그의 눈을 멀게 했다. 폭풍의 신이 성벽을 넘으려는 순간, 신들은 신들의 도시 성벽에 쌓아 놓았던 장작에 불을 지폈다.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의 연기와 불꽃 때문에 앞을 분간할 수 없게 된 폭풍의 신은 허공에서 비틀거리다가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신들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달려가 그를 죽여 버렸다. 얼마 후, 폭풍 신의 딸인 겨울의 여신이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배상을 요구했을 때 신들은 아버지를 죽이고 버린 것이 아니라 북쪽 하늘의 밝은 별로 올렸다고 말한다. 밝은 별은 폭풍신의 눈동자로 눈부신 빛을 발하고 있었다."

신들이 힘을 합해도 이기기가 쉽지 않았던 폭풍의 신을 제압한 것은 불꽃과 연기였다. 폭풍의 에너지는 공기 중에 있는 수증기의 잠열로부터 온다. 공기 중으로 방출되는 엄청난 잠열 에너지가 폭풍 신의 위력이 되는 것이다. 태풍이나 폭풍을 약화시키는 과학적인 방법으로 인공강우를 사용하는 것은 바로 에너지를 감소시키는 방법이 되기 때문이다. 불을 피워 잠열에너지를 줄여주고 연기가 인공강우의 씨앗을 함으로써 폭풍의 힘을 약화시키는 과학적인 원리가 이 신화 안에 내포되어 있다.

죽은 폭풍의 신을 북쪽 하늘의 밝은 별로 만든 것도 일리가 있다. 폭풍신이 죽었으니 누군가 폭풍을 담당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 역할을 별이 하게 한 것이다. 속담에 '별이 떨면 심한 바람이 분다'는 말이 있다. 상당한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속담이다.

별이란 태양처럼 그 스스로가 빛을 내는 항성(恒星·star)을 말한다. 모든 별들은 수소나 헬륨이 핵융합반응을 일으켜 엄청난 빛과 열을 내는 불덩어리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숯불덩어리가 어둠 속에서 빛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간혹 빛의 광도가 변하는 변광성이 있긴 하지만 계속해서 빛을 낼 뿐 깜박이는 일은 없다. 그런데 밤하늘의 별을 보면 반짝 반짝 깜빡이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이것은 지구가 공기층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으로, 우주에서 날아오는 별빛이 지구의 대기권을 통과하면서 공기층의 요동으로 흔들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물속에 동전을 넣고 물을 저으면 동전의 모양이 흔들려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흔들리는 별빛도 별이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반짝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특히 어떤 날은 별들이 유난히 깜빡거리거나, 가물 가물거리거나 흔들리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이러한 경우는 하늘에 강한 바람이 불고 있음을 뜻하는데, 상공의 바람이 강할수록 별빛의 반짝거리는 정도도 심해진다. 대기의 상공에서 부는 강한 바람은 점차 아래로 내려와 지상에도 강한 바람을 불게 한다. '별빛이 유난히 깜빡거리면 다음날에 큰바람이 분다'는 이 속담은 편서풍이 지배하는 북유럽에 잘 들어맞는다.

바이킹들은 북쪽의 밝은 별이 유난히 깜박거리면 폭풍신이 움직이는 구나라고 생각하고 배를 띄우지 않았다니 얼마나 과학적인 신화란 말인가

모든 문화는 생명 자체의 원동력으로서 질서의 힘과 혼돈의 힘이 투쟁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투쟁이 끝나는 순간에 대해 갖가지 예언을 하고 있다.

성경에서는 "심판의 날은 태양과 달, 별들이 없고, 구름, 천둥, 번개도 없고, 바람, 물, 공기도 없고, 어둠도 없고, 아침이나 저녁도 없고, 여름도 없고, 봄이나 더위도 없고, 겨울도 없고, 서리나 추위도 없고, 우박도 없고, 비나 이슬도 없고, 낮도 없고, 밤이나 새벽도 없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폭풍도 없고 눈도 내리지 않는 날은 축복이 아니라 바로 죽음의 날이라는 말이다.

아이슬란드를 지배하는 기상은 혹독하다. 긴 겨울과 눈보라, 쉼없이 불어오는 극지방의 폭풍, 맹추위는 그들의 삶을 가장 위협하는 기상현상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폭풍이 없는 세상을 원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폭풍의 신과 싸워 그를 죽였지만, 하늘에 올려 폭풍을 주관하게 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타협하고 조화를 이루어가는 아이슬란드인들의 신화 속에서 놀라운 사고의 합리성을 발견하는 것은 차라리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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