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299>
궁보무사 <299>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3.2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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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게 생긴 여자가 왜 자꾸 손찌검을 해대요"
27. 운이 없다 보면

글 리징 이 상 훈 / 그림 김 동 일

어제 그 못생긴 놈은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꾸벅꾸벅 절을 올려가며 뭔가를 한참 중얼거리고 있었다. 보나마나 '하늘에서 선녀같이 예쁜 여자가 별안간 나타나서 자기랑 뭐를 한 번 하게 해주십사 하고 바라는 기도임이 분명했다.

놈이 차려놓은 제상 바로 옆에다 가져온 일곱 가지 종류의 음식상을 차리고 난 다음, 감물미녀가 천천히 절을 올리려고 하자 그제야 그 못생긴 놈은 살그머니 고개를 돌려보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오더니 자기 딴엔 아주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에게 대주시려고 오신거지요 참 잘 하셨어요."

"뭐 뭐야 아니 이 자식이 아직도!"

감물미녀는 그러잖아도 남편의 외도 때문에 속이 무척 상해 있는 터라 화를 벌컥 내며 그 못생긴 녀석의 낯짝을 어제처럼 한 대 때려주고자 손을 번쩍 쳐들었다. 그러자 그 못난 놈은 지레 겁을 집어먹은 듯 자기 한쪽 뺨을 재빨리 손바닥으로 가리면서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예쁘게 생긴 여자가 왜 자꾸 손찌검을 해대요 어제 제가 맞고서 얼마나 아팠는데."

"어제 네가 어디를 맞았지"

"여기요."

놈이 무심코 뺨을 내어보이자 감물미녀는 그곳을 향해 불이 번쩍 나도록 한 대 갈겨버렸다.

찰싹!

"아이고, 아야야. 아 왜 자꾸만 때려요 누군 성질 없이 살아가는 줄로 아세요"

놈이 잔뜩 골이 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며 감물미녀를 째려보았다.

"잔말 말고 내가 묻는 말에 대답해 보거라. 네가 지금 믿고 있는 산신령님을 너는 뭐라고 부르느냐"

"그냥 칠성님이예요. 칠성님! 칠성님! 하면서 일곱 번 부르고 난 다음 일곱 번 절을 올리면 되는 거예요."

"그나저나 네가 믿는 이 칠성 산신령님을 나도 믿게 되면 무슨 효험 같은 걸 바로 얻을 수 있을까"

"아, 그럼요. 틀림없어요. 그건 제가 확실히 장담해요."

"그나저나 넌 어떻게 해서 이 칠성님을 믿게 되었느냐 무슨 일이라도 있었느냐"

"아 그건요, 제가 태여날 때부터 제 몸에 일곱 개의 점이 또렷이 찍혀 있거든요."

"그래 그래서 네 몸에 찍혀 있는 일곱 개의 점 때문에 네가 칠성님을 믿게 된 거냐"

"예. 말하자면 그래요."

"정말이냐"

"아, 정말이지요."

"그럼 지금 당장 내게 그걸 한 번 보여 봐."

"예"

"네 놈이 하는 말이 참인지 거짓인지 내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해보겠단 말이다."

"그것이 정말이면 제게 그거 한 번 대주시는 건가요"

"아니, 이 자식이 정말!"

감물미녀는 화가 나서 손을 다시 번쩍 쳐들어 올렸지만 놈이 겁을 내며 두 눈을 꼭 감고 온몸을 바짝 움츠려 대는 꼴이 너무 우스워 손을 다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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