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과 갑 사이 ‘쩐’의 전쟁을 보며
갑과 갑 사이 ‘쩐’의 전쟁을 보며
  • 유재호 진천 이월중 교장
  • 승인 2018.12.0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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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호 진천 이월중 교장
유재호 진천 이월중 교장

 

일부 사립유치원 원장이 유치원의 교육활동에 쓰여야 할 교육부의 지원금을 명품백, 성인용품, 자동차보험금, 자녀등록금으로 유용하였다는 것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 3법'을 공개하며 사립유치원 회계 투명화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위 3법이 통과될 경우 회원 유치원을 집단폐원하겠다고 국민에게 통보하였다. 이에 교육부장관은 일부 사립유치원 폐원 시 국공립유치원을 긴급 확충하겠다는 범정부 대응 방침을 발표하였고 구체적인 내용은 12월 초에 공개하겠다고 하였다.

예산을 주는 교육부와 예산을 사용하는 한유총이 예산 집행에 대하여 주도권을 갖겠다고 강대 강으로 맞서고 있다. 그야말로 갑과 갑 사이의 `쩐'의 전쟁이다. 초중등 교육기관인 교육청이나 고등 교육기관인 대학교는 지원금과 교부금의 돈자루를 쥔 교육부에 `을'이 될 수밖에 없는데, 유치원은 어디에서 교육부에 강하게 맞설 용기가 나오는 것일까?

잠시 유치원생을 둔 학부모의 입장이 되어보자. 학부모는 자신의 자녀가 내년에 유치원에 입학할 수 있는지 혹은 현재 다니는 유치원에 계속 다닐 수 있는지가 최대 관심이다. 유치원장이 지원금을 사용하며 일부 회계 실수를 하거나 유용하는 것을 `떡을 만지다 보면 떡고물이 손에 묻을 수도 있다'라고 너그럽게 넘기는 경우도 보았다. 그러지 않는 경우라도 지원금 유용 여부를 자녀의 취원이나 계속 지원할 수 있는가의 문제보다는 작게 여겼다. 학부모는 왜 자녀의 취원 여부에 더 신경을 쓰는 것일까?

위 두 가지 질문은 `유치원 수용계획'이라는 주제로 눈을 돌리게 한다. 유치원에 입학할 학생수와 유치원에서 수용 가능한 학생 수 사이의 비율이 현재는 1:1이다. 사립유치원의 적정한 운영상의 이윤을 보장하기 위하여 교육부는 공립유치원의 수와 수용 가능 인원수를 조정하여 공립과 사립유치원 수용인원수를 적절히 지원학생수에 근접시켜 온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사립유치원은 원아 모집에 어려움을 겪은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바로 이점 때문에 유치원은 자신 있게 교육부에 맞설 수 있고, 그와 동시에 학부모는 자녀의 취원 여부에 절절매게 된 것이다.

취원 희망 학생수 대 유치원 수용 가능 인원수의 비율이 앞으로도 1:1이 유지된다면 예산보따리를 쥔 교육부도 `갑'이고 원아모집에 걱정없는 유치원도 `갑'이다. 그 경우 학부모는 여전히 `을'의 입장에서 굿이나 보고 떡이나 얻어먹을 수밖에 없게 된다. 12월 초에 있을 교육부의 구체적 대응책에서 적극적으로 변한 유치원 원생 수용계획을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취원 희망 학생수 대 유치원 수용가능 인원수의 비율이 1:1.5는 되어야 할 것이다. 학부모가 자신의 자녀를 공립유치원을 보낼 것인가 사립유치원에 보낼 것인가 혹은 사립유치원 두 곳 중 어느 곳에 보낼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어야만 진정한 `갑'으로서 교육수요자가 될 것이다. `쩐'의 전쟁에서 벗어나자. 유치원 수용계획의 변화가 유치원 회계 불공정 집행에 대한 근본적인 방지책이 될 수 있음을 유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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