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구의 동화속풍경
김경구의 동화속풍경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3.1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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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물
숙희씨는 지난해 가을부터 몸이 좋지 않아 집에서 쉬고 있습니다. 예전 숙희씨는 아이들 돌보랴 일하랴 참 억척스럽게 살았습니다. 미처 몸을 돌볼 틈도 없이 말이죠.

그러던 어느 날 감기를 달고 살자 병원에 들려 갑자기 무조건 쉬어야 한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이 떨어졌지요.

다행히 큰딸은 직장에 나가고 아들도 군대에 갔기 때문에 조금은 편히 쉴 수 있었죠.

오래전 남편을 하늘나라로 보낸 후 처음으로 집에서 하루 종일 있는 숙희씨는 무리해 움직인다던지 잠이 부족하면 이내 몸이 아파왔었죠.

그래서 숙희씨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움직이면서 설거지며 집안청소를 한 후 쉬었다가 다시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종이상자 하나를 택배로 받았습니다.

'김인순' 보낸 사람은 숙희씨와 초등학교를 같이 다니던 단짝 친구였죠.

농부의 아내가 되어 시골에서 과수원을 하는 친구였는데 몇 년 째 얼굴도 못보고 지냈습니다.

종이상자를 열어보니 하얀 편지봉투와 냉이와 달래가 들어 있었습니다. 냉이와 달래향이 코끝을 살살 간지럼 태웁니다.

집과 병원만 오고가는 숙희씨가 내내 마음에 걸렸다는 내용과 시골마을 양지쪽에서 캔 첫 봄나물이라는 편지였습니다.

친구는 숙희씨 몸이 다시 예전처럼 건강해지면 같이 나물을 캐러가자고 추신을 달았지요.

숙희씨는 농사일에 검게 그을렸을 친구의 얼굴과 어린시절 같이 나물 캐던 생각이 떠올리며 허리진통이 밀려오는지 살며시 눈을 감고 잠속에 빠집니다.

어쩌면 숙희씨는 꿈속 오래전 추억 속에서 친구랑 같이 단발머리를 찰랑이며 숨이 차도록 뛰어다니고 봄나물을 한바구니 캐는 꿈을 꾸려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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