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마을
시가있는마을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3.09 08: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식탁은 지구다
이 문 재

중국서 자란 고추미국 농부가 키운 콩

이란 땅에서 영근 석류포르투칼에서 선적한 토마토

적도를 넘어온 호주산 쇠고기

식탁은 지구다

이 음식 어디서 오셨는가

식탁 위에 문명의 전부가 올라오는 지금

나는 식구들과 기도 올리지 못한다

이 먹을거리들

누가 어디서 어떻게 키웠는지

누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었는지

누가 어디서 어떻게 보냈는지

도무지 알 수 없기 탓이다

식탁이 미래다

식탁에서 안심할 수 있다면

식탁에서 감사할 수 있다면

그날이 새날이다그날부터 새날이다

'제국호텔'(문학동네)중에서

<김병기시인의 감상노트>

우리의 둥근 밥상은 가 보지 못한 목숨들의 차림상이 되었다. 어느 곳에서 순하게 살던 생명인지는 잘 모르지만, 지구라는 삶터에서 자란 목숨의 실체들이다. 하지만 그 밥들 생각하면 고마운 거다. 물, 불, 바람, 흙이 어디 구분되어 있던가. 다 한가족이고, 다 한핏줄이다. 사람이 그 길을 몰라 사람의 손이 무섭다. 문명으로 지은 밥을 두려워해라. 사람이 목숨을 키운다는 우월도 버려라. 그래야 새날이 온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