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은 지구다
이 문 재중국서 자란 고추미국 농부가 키운 콩
이란 땅에서 영근 석류포르투칼에서 선적한 토마토
적도를 넘어온 호주산 쇠고기
식탁은 지구다
이 음식 어디서 오셨는가
식탁 위에 문명의 전부가 올라오는 지금
나는 식구들과 기도 올리지 못한다
이 먹을거리들
누가 어디서 어떻게 키웠는지
누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었는지
누가 어디서 어떻게 보냈는지
도무지 알 수 없기 탓이다
식탁이 미래다
식탁에서 안심할 수 있다면
식탁에서 감사할 수 있다면
그날이 새날이다그날부터 새날이다
'제국호텔'(문학동네)중에서
<김병기시인의 감상노트>
우리의 둥근 밥상은 가 보지 못한 목숨들의 차림상이 되었다. 어느 곳에서 순하게 살던 생명인지는 잘 모르지만, 지구라는 삶터에서 자란 목숨의 실체들이다. 하지만 그 밥들 생각하면 고마운 거다. 물, 불, 바람, 흙이 어디 구분되어 있던가. 다 한가족이고, 다 한핏줄이다. 사람이 그 길을 몰라 사람의 손이 무섭다. 문명으로 지은 밥을 두려워해라. 사람이 목숨을 키운다는 우월도 버려라. 그래야 새날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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