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보며 심정 복잡한 탈북민들 "박수만 치기엔…"
북미회담 보며 심정 복잡한 탈북민들 "박수만 치기엔…"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8.06.1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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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불만…탈북민에게 김정은은 분명한 독재자"
"국제 외교 무대서 美와 동등…독재체제 인정한 꼴"

"북한 체제 지속된다면 남은 주민들 고통은 어떻게"

"한반도 평화로 가는 길인 건 알지만 인권문제 소외"



지난 12일 역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지자 전세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마주 잡은 손에 놀라고 국내에서도 대체로 환영하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북한에서 탈출하거나 이탈해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은 사정이 다르다. 기대보다는 우려가 큰 분위기다.



우선 '독재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제 외교 무대에서 활약하는 자체에 대해 불편함을 토로하는 이들이 많다.



한창권 탈북인단체총연합회장은 "대부분 탈북민은 북미정상회담에 불만이 있다"고 전했다. 한 회장은 1994년도에 탈북했다.



한 회장은 "탈북민에게 김정은은 분명한 독재자"라며 "그 독재자가 저렇게 큰 국제외교 무대에서 미국과 동등하게 서있다는 건 독재체제를 인정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탈북민들은 북한의 인권 문제 등을 고려해 북한 체제 붕괴를 원하지만 미국은 북한 체제 보장을 조건으로 걸지 않았나"라며 "그런 면에서 이번 북미정상회담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 회장은 "개인적으로는 피할 수 없는 일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북한은 개방이 될 거고 어떤 식으로든 북한 주민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체제 보장을 해준다손치더라도 내부에서 움직임이 일어나 체제 붕괴를 일으킬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2002년도에 탈북했다는 권모(59·여)씨는 "회담을 보며 북에서 지금도 힘들어할 사람들이 생각났다"라며 "북한 체제가 계속되는 이상 독재도 계속되는데 어떻게 박수를 치나"라고 당혹감을 털어놨다.



권씨는 "비핵화에 합의했다는데 탈북민들은 그게 불가능한 걸 모두 안다"라며 "지금 북한에게는 지지나 지원이 아닌 제재와 압박이 필요한 때인데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북한에도 북미정상회담 소식이 보도됐다는데 아무 것도 모르는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이 미국에게 승리했다는 일방적인 (선전을) 그대로 믿을 것"이라며 "내부에서 다른 의견이 나온다 하더라도 통신 도청 등 때문에 우리 쪽에 자유롭게 이야기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탈북민들이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북한 내 인권 문제가 도외시 된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정베드로 한국북한정의연대 대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논의되지 않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정 대표는 "북미정상회담이 한반도 비핵화와 정전협정으로 가는 길이라는 점에서 '긍정적 로드맵'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도 "다만 너무 비핵화에 집중돼 북한 내 인권 문제가 소홀히 되는 것 같다"고 평했다.



이어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과 다른 나라가 외교를 벌일 때 계속해서 제기돼야 하는 것이 북한 인권 문제"라면서 "그런데 체제 보장 및 비핵화 논의에만 공들이다보니 이후에도 인권 문제가 제기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국무위원장은 지난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단독회담과 확대 정상회담 등을 가진 뒤 오후 1시40분께(현지시간) 합의문에 서명했다. 합의문에는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 구축에 노력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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