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들 "엄정 수사" vs "독립 침해"…고심 깊은 대법원장
판사들 "엄정 수사" vs "독립 침해"…고심 깊은 대법원장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8.06.06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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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부장판사들 "고발시 법관 독립 침해 우려"
중앙지법 부장판사회의는 인원 미달로 결의 못 해

서울회생법원·대전지법 등 판사회의는 의견 교류만

부산지법 "수사 요청 촉구"…남부지법 "엄중 책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 거래' 의혹 등 사법행정권 남용에 대한 검찰 수사를 두고 판사들이 엇갈리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젊은 판사들을 중심으로 진상규명을 위해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은 반면, 고참급 판사들은 형사고발 및 수사의뢰 등을 할 경우 사법부 독립이 침해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법원 내·외부 의견을 모두 듣고 관련자들의 형사상 조치 등 최종 결론을 내겠다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고심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5일 법원에 따르면 최고참급인 서울고법 부장판사들은 이날 회의 결과 법원 내부 통합을 주문하며 형사고발 및 수사의뢰 등 검찰 수사에 우려를 표시했다. 수사에 직접적인 반대 의사를 낸 판사회의 입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총 63명이며, 이날 출석인원의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됐다.



이들은 "사법행정권의 부적절한 행사가 사법부 신뢰를 훼손하고 국민에게 혼란과 실망을 안겨줬으며 묵묵히 재판을 수행하는 다수 법관들의 자긍심에 커다란 상처를 준 데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라며 "사법행정권 남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실효적인 대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고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사법부 구성원들 사이의 갈등을 치유하고 통합하기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다만 "대법원장, 법원행정처장, 전국법관대표회의 등 사법행정을 담당하거나 자문하는 기구가 형사고발, 수사의뢰, 수사촉구 등을 할 경우 향후 관련 재판을 담당하게 될 법관에게 압박을 주거나 영향을 미침으로써 법관과 재판의 독립이 침해될 수 있음을 깊이 우려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전날 지방법원 부장판사급인 서울고법 소속 고법판사들이 재발 방지를 위해 실효적인 대책을 요구하면서도 수사 필요성에는 선을 그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회의에서 수사 필요성에 관해 논의가 진행됐지만 의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전날에 이어 이날까지 세차례에 걸친 회의를 진행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들은 의사정족수 미달로 결국 결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들은 4일 첫 회의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및 재판독립 저해 행위에 대해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참담함을 느끼며 책임을 통감한다"는 입장에 113명 중 64명이 찬성해 의결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 등 형사조치를 두고는 의견이 갈렸고 추가 논의를 위해 회의를 다시 열었지만 두 번 모두 정족수 미달로 결국 무산됐다. 이날도 불참 인원이 많아 비공식 간담회로 대체해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정도로 마무리했다.



법원 전체 판사들이 모여 회의를 진행한 곳들 역시 다양한 의견을 나눴지만 별도의 결의를 하지 않거나 하나의 입장을 내지 못했다.



대전지법은 이날 55명의 판사가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진행해 현 상황의 엄중함에 인식을 같이 했고, 사법부 신뢰 회복 방안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 교류가 있었다고 밝혔다.



서울회생법원도 이날 오후 전체판사회의를 열고 사법신뢰 회복 및 재발방지 방안, 추가 수사 내지 조사 필요성 등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수원지법은 전체 판사회의를 열었지만 합의된 결론을 내지 못해 오는 7일 두번째 회의를 열기로 했다.



광주지법 단독·배석판사회의는 수사의뢰 및 고발 등 조치 여부를 두고 토론을 벌였지만 결의안 채택 여부 등은 추후 투표로 결정하기로 했다.



반면 형사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계속되고 있다.



부산지법 배석판사회의는 "이번 사태의 의사 결정과 기획, 실행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사람에 대해 수사 요청을 포함한 모든 실행 가능한 후속 조치를 촉구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부산고법 고법판사·배석판사도 "이번 사태를 주도하거나 이에 관여한 사법행정 담당자들에 대해 형사상 책임추궁을 포함해 철저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남부지법 단독·배석판사들도 수사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법의 틀 안에 엄중한 책임을 촉구했다. 이들은 "사법행정권 남용행위의 관련자에 대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한다"며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가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실효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전날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와 배석판사회의, 서울가정법원 단독·배석판사들은 각각 회의를 열고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대한 철저하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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