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함 악용' 구직자 두 번 울리는 취업사기 주의보
'절박함 악용' 구직자 두 번 울리는 취업사기 주의보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8.06.03 15: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주·전남서 관공서·대기업 취직 미끼 사기 행각 잇따라
지위·경력·친분 과시 애타는 취준생·부모에 달콤한 제안



구직자들의 절박함을 노려 '관공서나 대기업에 취직시켜 주겠다'며 돈만 받아 챙기는 취업사기 행각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광주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달 30일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정규직으로 취업시켜 줄 것처럼 속여 돈을 가로챈 기아차 하청업체 직원 A(37)씨, 기아차 노동조합 전 대의원 B(41)씨, 취업 알선 브로커 C(61)씨 등 3명을 사기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5년 5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기아자동차 사내 하청업체에 취직을 시켜주겠다"고 속여 지인 또는 중개인으로부터 소개받은 39명에게 13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다.



B씨는 2013년 4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C씨에게 기아차 정규직 사원·사내 하청업체 취직을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소개해달라고 부탁, 17명으로부터 5억원 가량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기아차 출입증을 보여주며 고위 간부와 친분을 과시하거나 협력업체를 견학시켜주는 방법으로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또 "특정 차량 후속 모델 개발로 광주공장이 증설된다. 하청업체 인력 증원이 확실하다"고 피해자들을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지난 2004년 취업 비리 사건에 연루돼 기아차에서 해고된 이후에도 '기아차 안팎에서 영향력이 막대한 현직 노조 간부들과 친분이 있다'며 범행을 이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또 전 기아차 광주공장 노조 부지회장이 29명으로부터 19억원을 가로챈 정황을 확인하고, 불법 채용 사례가 있는지 면밀히 살피고 있다.



전남 함평경찰서도 지난달 29일 '고위 공무원을 통해 대기업에 취업시켜주겠다'며 지인 3명에게 1억99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로 D(57)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앞선 3월 광주 광산경찰서도 '지역 한 시설관리공단에 취업시켜 주겠다'며 지인 10여 명에게 2억 원 가량을 받아 챙긴 모 지방신문 기자 E(66)씨를 사기 혐의로 입건에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E씨는 '시설관리공단 채용과 관련, 출입 기자에게 3명 정도 할당량이 있다. 도보직은 2000만 원, 차량 운전직은 4000만 원이 필요하다'는 말로 피해자들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기범들은 자신의 사회적 지위·경력, 유력 인사와의 친분을 과시하거나 특정 직위를 사칭해 절박한 심정의 구직자·부모들에게 취업을 미끼로 돈을 가로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사기범과 피해자들은 대부분 지인 관계이거나 지인의 소개로 만난 사이가 많다. 은밀한 제안을 하거나 취업 보증서를 써주는 수법 등으로 피해자들이 돈을 건넬 수 밖에 없는 분위기를 만든다는 설명이다.



실제 A·B씨의 감언이설에 속은 피해자들은 저축·퇴직금을 주거나 대출을 받기도 했다. "시골에 살면서 40대 자녀들이 결혼도 못하고 있다. 꼭 취업시켜달라"며 평생 모은 전재산 1억원을 한꺼번에 날린 피해자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사기범들은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이들에게 접근, 행정기관·대기업 인사들과의 친분 관계를 과시하며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는 경우가 많다"며 "취업 알선 사기 범죄는 피해 보상도 어려운 만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