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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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3.01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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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조 은 길

벚나무 검은 껍질을 뚫고

갓 태어난 젖빛 꽃망울들 따뜻하다.

햇살에 안겨 배냇잠 자는 모습 보면

나는 문득 대중 목욕탕이 그리워진다.

뽀오얀 수증기 속에

스스럼없이 발가벗은 여자들과 한통속이 되어

서로서로 등도 밀어주고 요구르트도 나누어 마시며

볼록하거나 이미 홀쭉해진 젖가슴이거나

엉덩이거나 검은 음모에 덮여 있는

그 위대한 생산의 집들이 보고싶다.

그리고

해가 완전히 빠지기를 기다렸다가

마을 시장 구석자리에서 날마다 생선을 파는

생선 비린내보다

니코틴 내가 더 지독한 늙은 여자의

물간 생선을 떨이해 주고 싶다

나무껍질 같은 손으로 툭툭 좌판을 털면 울컥

일어나는 젖비린내 아--

어머니

어두운 마루에 허겁지겁 행상 보따리를 내려놓고

퉁퉁 불어 푸릇푸릇 핏줄이 불거진

젖을 물리시던 어머니

3월 구석구석마다 젖내가…… 어머니

그립다

<작가약력>

경남 마산출생

방송대 국문과 졸업

199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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