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282>
궁보무사 <282>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2.23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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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이상한데 왜 저들이 우리에게 다가와"
9.운이 없다 보면

글 리징 이 상 훈 / 그림 김 동 일

"그런데 내가 사천 자네에게 한 가지 긴히 물어볼 것이 있네."

"뭐가"

"그 집에서 키우는 큰 말과 작은 소가 만약에 싸움박질 하듯이 동시에 서로 머리를 맞부딪힌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큰 말과 작은 소 그, 그야. 당연히. 소가 넘어가겠지. 가만있자 그런데 그건 왜 묻지 이것도 우리끼리 서로 짜놓은 얘기인가"

사천이 두 눈을 껌뻑거리며 내덕이 방금 한 얘기가 도무지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다는 것처럼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덕은 사천의 지금 이런 모습을 쳐다보고 마침내 껄껄껄 웃어댔다.

"으하하하."

"으응 내덕! 자네 갑자기 왜 웃어"

"하하하. 그, 그건 말일세."

내덕은 다시 차분한 표정을 지어가지고 다음 말을 곧 이이서 꺼내려고 하였다. 내덕은, '그때 보나마나 소가 넘어갔을 터이니, 너 역시 속아 넘어갔다. 지금까지 내가 네게 했던 말들은 죄다 거짓이고 너는 소가 넘어간 것처럼 속아 넘어갔을 뿐이다!'라는 농담을 해버릴 참이었다.

그러나 바로 이때, 두 사람의 얼굴이 거의 동시에 딱딱하게 굳어져버리고 말았다.

지금 저 멀리, 한벌성 쪽에부터 뽀얀 흙먼지를 일으키며 이들이 있는 곳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오는 일단의 무장 기병(騎兵)들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대머리 한벌성 성주를 뜻하는 백목련 문양이 크게 그려진 파란 깃발을 저마다 휘날리고 있었다.

저런 백목련 문양의 파란색 깃발은 한벌성주의 특별한 명령을 받지 않고서는 여간해서 내걸지 않는 법!

그러니까 이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저 친위대 성격의 기병들은 한벌 성주로부터 무슨 특별한 명령을 받았음에 틀림이 없다.

"아니, 이거 이상한데 왜 저들이 우리에게 다가와"

사천은 몹시 의아해 하는 표정으로 옆에 있는 내덕을 힐끗 쳐다보았다.

"글, 글쎄. 이거 뭔가 이상하네"

내덕의 얼굴은 자기가 지은 죄를 알고 있는 탓인지 더욱더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혹시 우리가 한벌성으로 이런 짐마차들을 끌고 가는 도중에 산적을 만날까 걱정이 되어 일부러 마중 나와 주는 건 아닐까"

사천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설마 그건 아니겠지. 율량 대신의 명에 따라 우리가 지금 이런 일을 하고 있는데, 성주님의 친위대가 일부러 나설 리 있는가"

"그럼 혹시,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딴 곳으로 가려다가 우연히 우리와 마주치는 건 아닐까"

"글, 글쎄. 그건 그럴지도."

내덕은 사천의 말이 그대로 맞아 떨어져 저들이 다른 쪽 방향으로 얼른 지나쳐 가도록 간절히 빌고 또 빌어 보았다.

그러나 하얀 목련 깃발을 앞세운 성주 친위대 기병들은 내덕과 사천이 있는 곳을 향하여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고, 거의 그들 코앞에 와서야 말들을 멈춰 세웠다.

"내덕! 여기 내덕이 누구인가"

그들 중 가장 상급자로 보이는 자가 몹시 차가운 목소리로 크게 외쳐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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