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통곡·절규 … 눈물바다된 제천
유족 통곡·절규 … 눈물바다된 제천
  • 이준희·조준영기자
  • 승인 2017.12.25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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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엄마·딸 3대 모녀 등 희생자 영결식

“조금만 빨리 구했어도 … 안타깝다” 목놓아 오열
▲ 성탄절인 25일 제천체육관에 마련된 노블&휘트니스 스파 화재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한 유가족이 조문객을 맞으며 북받히는 감정을 추스르고 있다. /뉴시스

눈물 마를 날이 없다. `제천 노블 휘트니스&스파 화재 참사' 희생자 영결식이 엄수될 때마다 통곡과 절규가 이어진다.

`사랑한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이대로 가면 어떻게 해'. 사랑하는 부모이자 동반자, 형제를 떠나보내야 하는 유족들은 쉽사리 손을 놓지 못한다.

성탄절인 25일도 어김없었다. 제천 지역 내 장례식장이 눈물바다가 됐다.

이날 오전 8시 제천서울병원에선 코레일 기관사 안익현씨(58) 영결식이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엄수됐다.

그는 불이 난 건물 6~7층 사이 계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3층 남자 사우나에서 옥상으로 대피하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안씨는 아내와 삼 남매를 위해 고된 일상도 견뎌내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그래서인지 남편과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유족은 목 놓아 오열했다.

한 유족은 “조금만 빨리 구했어도 살 수 있었다. 정말 안타깝다”고 통곡했다. 직장 동료들은 눈시울을 붉히면서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억척주부 최순정씨(49·여)도 이날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먼 길을 떠났다. 발인은 이날 오전 7시 제천 명지병원장례식장에서 이뤄졌다.

최씨는 생전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 낮에는 고등학교 식당에서 밥을 짓고, 밤에는 남편과 함께 대리운전을 하던 일개미였다.

유족은 평생을 고생하면서 살아온 최씨를 보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의 이름 세 글자 `최순정'을 부르면서 연신 눈물을 쏟아냈다.

다음 달 가족과 함께 첫 해외여행을 나가기로 했던 최씨는 끝내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영면했다.

이날 하루 동안 안씨와 최씨를 비롯한 화재 참사 희생자 5명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전날(24일)에는 모녀 3대(代)가 동시에 세상과 작별 인사를 했다. 사고 희생자인 할머니 김현중씨(80)와 그의 딸 민윤정씨(49), 손녀 김지성양(18)의 영결식이 이날 오전 열렸다.

민윤정씨는 지난 21일 딸 지성양과 함께 친정어머니 김씨가 있는 제천을 찾았다. 이들은 이날 함께 점심을 먹고 목욕을 하러 갔다가 화마에 휩쓸렸다. 결국 이들 모녀 3대는 끝내 돌아오지 못하고 명을 달리했다.

모녀 3대는 24일 다른 사고 희생자 16명과 함께 이승과의 연을 놓았다.

영결식은 26일에도 진행된다. 떠나는 희생자는 박한주(62)·정희경(56·여)·신명남(53)·박재용(42)씨 4명이다.



/제천 이준희·조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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