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입찰 참가자격제한제도 유명무실···제재업체들 19조원 수주
공공입찰 참가자격제한제도 유명무실···제재업체들 19조원 수주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7.10.10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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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이나 뇌물, 계약불이행 등의 이유로 공공입찰 참가자격을 제한당한 업체들이 지난 5년여 간 제재기간에 약 20조원 가까운 계약을 따내 입찰제한제도가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박명재 의원(포항남·울릉)이 조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부정당업체의 제재 기간 중 공공사업 계약 현황'자료에 따르면 2012~2017년 8월 사이 모두 1831건의 부정당업자에 대한 제재처분이 이뤄졌다.

제재사유별로는 계약불이행이 941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담합입찰 236건, 적격심사포기 229건, 부정시공 186건 순이었으며 뇌물제공도 36건에 이른다.

공공조달 과정에서 각종 비리·비위 행위가 적발된 부정당업체는 최대 2년간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 받는다.

하지만 지난 5년여 동안 부정당업자 처분을 받은 업체 중 166곳이 입찰제한 제재기간에 총 611건, 19조3419억원 규모의 공공사업 계약을 따낸 것으로 확인됐다.

박 의원 조사결과 대형건설사 A사 등 5곳 기업은 담합 행위로 3개월에서 1년까지 입찰자격이 정지됐음에도 제재기간에 2000억원 상당의 소방방재교육 연구단지 건립공사 사업을 따낸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법원에서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면 해당업체는 확정판결까지 2~3년간 제재 없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는 '입찰에 참가하지 못하는 손해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부정당업자들의 손을 법원이 들어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 2012~2017년 상반기 부정당업체가 신청한 가처분신청 365건 중 315건(86.3%)이 인용됐다.

하지만 같은 기간 최종판결이 확정된 본안 소송 216건 가운데 181건(83.8%)에서 ‘정부 결정이 옳았다’는 확정판결이 나왔다. 법원이 가처분신청 시에는 업체 손을, 본안소송에서는 정부 손을 들어주는 있는 셈이다.

특히 최종판결에서 조달청이 승소하더라도 이미 낙찰 받은 사업에 대해 취소 등의 제재가 어렵다는 점을 악용, 업체들은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받을 경우 효력정지 가처분신청부터 내고 보는 실정이다.

여기에 소송 중 정부 행정제재에 대한 특별사면이 부정당업체 제재의 효력을 무력화시키는데 한몫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건설업체에 대한 행정제재 감면만 4번 이뤄졌으며 지난 2015년에는 무려 2008곳의 건설사가 제재 감면 혜택을 받기도 했다.

박 의원은 "소송 여력이 되는 큰 기업들은 가처분을 신청해 3~4년 동안 버티다가 특별사면으로 처분을 면제 받는 식으로 입찰제한 제재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며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의원은 "선진국은 뇌물 등 무거운 비리를 저지른 경우 법적 절차 중에도 입찰제한제재가 유효한 임시발주제한 제도를 운영 중인데 이 제도를 우리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면서 "조달청에도 해당 사안의 공유를 통해 대책마련을 요구했다"고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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