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러시아 동포 만나 "역사 아픔 극복해야···한·러 협력 도약할 것"
文대통령, 러시아 동포 만나 "역사 아픔 극복해야···한·러 협력 도약할 것"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7.09.07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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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사할린 강제징용으로 고통 받은 한인 아픔 치유돼야"
"과거 역사에서 국가가 지키지 못한 무거운 빚 이제라도 갚겠다"
"2020년 한·러 수교 30주년···우호 협력 관계 더 높이 도약할 것"

문재인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그동안 극동개발은 남·북·러 삼각협력을 중심으로 추진되어 왔고, 남·북 협력의 진도가 안 나가면 한·러 협력도 지체되었다. 이제는 순서를 바꿔야 한다. 한·러 협력이 먼저이고, 그 자체가 목표"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와 이날 오전 블라디보스토크의 한 호텔에서 오찬을 겸한 동포 간담회를 열고 "극동지역은 또한 북한과 마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 분단의 아픔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갈 수 있는 기회의 땅"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 내외는 이경종 연해주 한인회장, 박순옥 사할린주 한인회장, 독립유공자 자녀, 강제징용동포 1세대 동포들과 인사를 나누고 고려인동포 예술단체인 '아리랑 무용단'의 부채춤 공연과 고려인 후손이자 연해주전문예술학교 교사인 옥사나씨의 노래를 감상했다. 노래는 안중근 의사의 삶을 그린 뮤지컬 '영웅'에 나오는 곡 '당신을 기억합니다'였다.

이경종 연해주 한인회장은 동포 대표 환영사에서 "그동안 역대 대통령들이 여러 차례 방문했지만 한 번도 간담회가 성사되지 못했다. 섭섭했던 마음이 이번에 문 대통령이 오셔서 풀어주었다"면서 "아직까지도 한인의 러시아 진출이 상대적으로 미흡해서 안타깝다. 극동러시아에 대한 정책이 과거를 기념하고 추모하는 과거지향적 정책 틀을 벗어나서 이제 개방 이후 새롭게 진출한 한인들을 함께 아우르고 격려하는 미래지향적 정책 방향으로 균형을 맞추어서 발전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특히 진출해 있는 개인, 중소 자영업, 적지 않은 선교사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정책적으로 배려해 주기를 부탁드린다"면서 "대한민국의 역대 정부가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고, 특별히 이번에 문 대통령 내외가 극동러시아를 방문하고 관심을 표명해 주셔서 앞으로 한·러 관계와 극동러시아의 교류 협력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환영사를 경청한 뒤 "고려인 동포 여러분, 사할린 한인 동포 여러분, 재외국민 여러분, 반갑다. 오랜 시간 오늘의 만남을 고대해 왔다"면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마음을 담아 이 자리에 왔다. 여러분께 그리움과 기쁨의 인사를 전한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과 러시아는 유라시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파트너다. 우리 정부는 양국 간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 양국은 1990년 수교 이래 정치·경제·문화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우호 협력 관계를 꾸준히 다져왔다"면서 "2014년 사증면제협정을 체결한 이후 양국 간 인적교류는 매년 20% 이상 증가하고 있다. 3년 후인 2020년, 양국은 수교 30주년을 맞는다. 우리 정부는 이를 계기로 우호 협력 관계가 한 차원 더 높이 도약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발전적인 한러 관계를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바로 이런 비전을 품고 나는 어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우리 두 사람은 양국이 긴밀한 협력 관계 속에서 공동 번영하기 위한 방안들에 대해 공감대를 이뤘다"며 "나는 특히, 푸틴 대통령이 신동방정책의 기치 아래 극동지역 개발을 위한 한국의 협력을 적극 희망하고 있다는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전날 열린 한·러 정상회담을 평가했다.

이어 "극동지역은 러시아의 신동방정책과 한국의 신북방정책이 만나는 곳이다. 러시아가 극동개발부 장관을 세웠듯이 우리도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구성해 극동개발 협력에 대한 국가체제를 갖췄다"면서 "한국과 러시아는 극동지역 개발에서 국익을 공유하고 있다. 양국은 북극항로 개척, 에너지 개발, 조선 협력과 항만 개발 등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극동지역 개발 협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양국 극동개발 정책의 시너지를 기대했다.

문 대통령은 "극동지역은 또한 북한과 마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 분단의 아픔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갈 수 있는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면서 "극동지역을 중심으로 한국과 러시아, 양국의 협력을 확대·강화하는 일은 양국의 번영은 물론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현장에 참석한 동포들을 둘러보면서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이 자리에 함께하고 계신 여러분들의 역할이 매우 크다. 나는 한·러 관계와 극동지역 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하고 계신 여러분의 활약에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많은 역할을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며 "특히 올해는 이상설 선생 서거 100주년인 동시에 헤이그 특사 파견 11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다.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애국지사들과 그 후손들께 가슴 깊이 경의를 표한다. 새 정부는 애국지사들의 희생과 헌신에 최고의 존경과 예의로 보답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도 동포 여러분이, 여러분이 살고 계신 이 곳에서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돕겠다. 양국 관계 발전에 지속적으로 기여해 나갈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면서 "차세대 동포들이 러시아는 물론 전 세계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직업 초청 연수를 확대하고, 우수 인재에 대한 장학금 지원사업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또 "사할린 강제징용으로 고통 받은 한인 1세분들과 그 후손들의 남은 아픔과 상처가 치유되어야 한다. 유골봉환사업, 2~3세 모국방문사업 등의 지원을 지속해 나가겠다"며 "지난 역사에서 국가가 지켜드리지 못한 무거운 빚을 이제라도 갚아나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예우를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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