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복구 매진 … 금기어된 `축제·피서'
수해복구 매진 … 금기어된 `축제·피서'
  • 하성진 기자
  • 승인 2017.07.2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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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마가 할퀴고 간 충북 … 바뀐 일주일의 삶

한화 청주홈경기 관중석 1만석 못채워 … 예년과 대조

휴가사용 권장 이시종 지사 연기·이승훈 시장 중단령

고통 분담 … 공공기관·사기업까지 당분간 회식 자제

지난 16일 청주 등 충북 일부 지역에는 사상 초유의 폭우가 쏟아졌다. 수마가 할퀴고 간 후 꼬박 일주일이 지나면서 일상에는 어떤 변화들이 있었을까. 예년 같으면 초복(初伏·12일)을 넘기고 7월 중순부터는 본격적인 피서철을 맞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삶의 터전을 고스란히 수마에 뺏긴 이재민들의 눈물, 생업을 뒤로 미루고 자원봉사에 나선 국민의 땀. 자연스레 `축제', `피서'라는 단어는 당분간 금기어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청주야구장 풍경이다.

지난 18~21일 청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이글스와 NC다이노스의 3연전에서는 예년과 달리 전체 관중석 1만석을 채우지 못했다. 지난해 열렸던 넥센 3연전과 두산 2연전, 지난달 KT 3연전은 좌석이 동나 8경기 연속 매진을 기록했는데, 이번에는 7000~8000명 정도에 머물렀다.

“이유가 없는 듯해요. 같은 청주시민으로서 그들의 얼굴을 보니 휴가가면 안 될 것 같았어요.(공무원 이모씨·36)”

최악의 물난리는 공직사회의 여름휴가 일상을 바꿔놓았다.

단체장부터 휴가를 반납한 채 복구에 나선 터라 마음 놓고 휴가를 즐길 분위기가 아닌 까닭이다.

당장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휴가를 가려고 했던 이시종 충북지사부터 연기했다. 말로는 미뤘다고 하지만, 사실상 반납이다.

이번 폭우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청주시는 이승훈 시장의 주문에 따라 일시적으로 `휴가중단령'을 내렸다.

자의든 타의든 휴가를 미룰 수밖에 없다 보니 일부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계획했던 여행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면서 생기는 손해가 이만저만 아닌 이유에서다.

공직은 물론 공공기관, 사기업까지 회식이 줄어들었다.

50여명의 직원을 둔 한 사업주는 “회사 일로 수해 복구에 동참하지는 못할지언정 그들과 동떨어진 모습은 보여줘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당분간 부서별 회식을 자제하라고 권유했다”고 전했다.

A보양음식점 사장은 “지난 일주일간 예약 취소율이 30% 정도라고 보면 된다”면서 “취소자 대부분 `(수해복구가) 좀 정리되면 다시 예약하겠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예정됐던 행사도 취소하거나 연기, 삶의 터전을 잃은 이웃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증평스포츠센터에서 18일 열리려던 충북 이·통장 워크숍과 괴산 성불산휴양림에서의 충북 시장군수협의회가 미뤄졌다. 청주 젓가락연구소 개소식과 토크콘서트도 취소됐다.

여름방학 기간 운영되는 청주 문암생태공원과 중흥공원, 원마루공원, 대농공원, 오창문화휴식공원 야외 물놀이장 개장도 애초 22일에서 오는 29일로 연기됐다.

충주에서 열리는 전국(장애인)체육대회를 앞두고 홍보를 위해 이시종 지사가 지난 19일 한화이글스-NC다이노스 청주 2차전 때 시구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취소했다. 이튿날에도 고규창 행정부지사가 시구하기로 했지만, 이종찬 충북도체육회 상임부회장에게 바통을 넘겨줬다. 수해 복구가 한창인 터를 고려할 때 아무래도 부담되기 때문이다.

/하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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