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의회, 가뭄 때도 해외연수 갔다
충북도의회, 가뭄 때도 해외연수 갔다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7.07.2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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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경제위 4명, 지난달 10박 11일 일정 유럽행

농업관련 상임위 주변 만류에도 … 도덕적 해이 심각

지각 귀국 김학철·박한범 “물의 일으켜 죄송하다”
▲ 청주지역의 유례없는 물난리에도 해외연수를 떠나 물의를 일으켰던 김학철(왼쪽), 박한범 충북도의원이 23일 자정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개숙여 사죄하고 있다. /유태종기자

충북도의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

사상 최악의 가뭄과 홍수로 애를 태우는 도민들을 뒤로한 채 해외연수를 다녀왔는가 하면 이를 비난하는 국민을 설치류에 비유하는 막말을 해 전 국민의 공분을 샀다.

충북이 사상 최악의 수해를 당했는데도 도의원들이 해외연수에 나섰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는 가운데 지난달 가뭄이 한창일 때도 일부 도의원들이 해외연수를 다녀온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충북도의회 산업경제위원회는 지난달 23일부터 7월 3일까지 유럽으로 연수를 다녀왔다. 당시 전국이 심각한 가뭄으로 농민들은 논·밭에 물을 대느라 애를 태우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상임위 소속 의원 6명 중 4명은 이를 뒤로하고 10박11일 일정으로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를 돌아보는 연수 일정을 소화했다.

이 상임위 황규철(옥천2), 김인수(보은), 임병운(청주10), 임회무(괴산) 의원 등 4명은 연수를 갔고 이의영(청주11), 엄재창(단양) 의원은 연수에서 빠졌다.

특히 이 상임위는 농업관련 정책을 심의·의결하고 있어 가뭄이 한창일 때 떠난 연수여서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당시 주위에서 연수를 만류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들은 연수를 강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물난리 속 해외연수를 떠났다가 비난을 산 충북도의회 김학철(충주1)과 박한범(옥천1) 의원이 지난 22일 귀국해 부적절한 처신을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들 의원은 충북도청 대회의실에서 심야 기자회견을 열고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이어 “본의 아니게 국민께 상처가 되는, 오해가 될 수 있는 표현을 한 것에 대해서 깊이 반성하고 진심으로 사죄 말씀을 드린다”고 머리를 조아렸다.

물난리 속 해외연수를 강행한 것에 대해서는 “(자신의 지역구인) 충주 피해 상황이 크지 않아 잘못된 선택을 했다”며 “청주까지 둘러볼 여력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자신의 어리석은 판단에 의해서 (다른 의원들은) 희생당한 것이다. 제가 온전히 다 받겠다. 이들에 대한 비난은 접어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어떤 비난, 어떤 질책도 온전히 제가 받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레밍 발언과 관련해서는 “레밍 신드롬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짧아 제대로 전달이 안 된 것 같다”며 “국민을 빗대거나 비하하려는 의도는 추호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 김 의원의 발언에 격분한 주민들이 몰려와 고성을 지르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한 시민은 진흙이 묻은 장화를 김 의원을 향해 흔들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한국당 윤리위는 지난 21일 연수를 떠난 당 소속 김학철·박봉순·박한범 의원을 제명하기로 했다. 최고위원회 최종 의결만 남겨놓은 상태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들과 함께 연수를 간 당 소속 최병윤 의원에 대해 오는 25일 도당 윤리심판위원회를 열어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

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는 지난 18일 8박10일의 일정으로 프랑스, 이탈리아 연수를 떠났다.

충북에서 22년 만에 최악의 수해가 나자 자신들이 나서 `충북 국가재난지역 선포' 기자회견을 한 다음 날이었다.

비판 여론이 일자 한국당 박봉순(청주8), 민주당 최병윤(음성1) 의원은 지난 20일 조기 귀국했다. 이들은 수해현장에서 속죄의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형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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