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판사 스폰서 의혹' 2년 전 조용히 뭉개졌다
'부장판사 스폰서 의혹' 2년 전 조용히 뭉개졌다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7.06.15 17: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검찰, 2015년 대법에 술접대 등 판사 비위 통보
대법, 소속 법원장 통해 구두 경고로 사건 덮어
"경고이후 추가로 드러난 것 없어 징계는 안해"
해당 판사 불이익 없이 올초 사직···변호사 활동

현직 부장판사가 지역 건설업자로부터 수년 간 골프와 술접대를 받았다는 사실이 2년 전 검찰 수사 도중 밝혀졌으나 법원의 구두 경고만으로 해당 판사의 비위가 덮어졌던 것으로 뒤늦게 파악됐다.

법원이 검찰로부터 '스폰서 판사' 의혹이 담긴 수사 관련 자료를 넘겨받고서도 징계 절차 없이 사건을 마무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제 식구 감싸기' 비판이 일고 있다.

15일 대법원과 대검찰청에 따르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지난 2015년 8월 검찰로부터 수·발신자가 적혀 있지 않은 '부산지검 수사 관련 사항'이라는 문건을 전달받았다.

해당 문건에는 당시 부산고법 소속 문모 부장판사가 2011~2015년 지역 사업가 정모씨와 함께 수차례에 걸쳐 골프회동을 하고 유흥업소 접대를 받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은 지난 2015년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는 정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법원행정처는 당시 검찰이 전달한 문건을 통해 문 전 판사의 비위 사실을 인지하고도 징계 절차 등을 밟지 않고, 같은 해 9월9일 소속 법원장을 통해 구두 경고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법관징계법상 징계처분은 정직·감봉·견책 세 종류로 이뤄지는데 자체 파악 결과 이에 해당하는 비위가 아니었다고 판단 내린 것이다.

대법원은 윤리감사실의 비위 사실 확인 작업 착수 시기부터 경고 조치까지 일련의 과정을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진행했다고 한다. 임 전 차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선에서 사건이 마무리됐다는 설명이다.

이 사건과 관련해 어떤 징계도 받지 않은 문 전 판사는 지난 1월 정기 인사 이후 법복을 벗고 부산 지역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소속된 법무법인은 당시 정씨를 변호했던 고모 변호사가 소속된 곳이다.

이를 두고 향응 접대가 수회에 그쳤는지, 이른바 '스폰서' 행태로 장기간에 걸쳐 이뤄졌는지 등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지역 건설업자와 부적절한 관계가 수면 위로 떠 오른 상황에서 구두 경고로 사건을 마무리한 것은 법원이 자정 능력이 없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경고 조치만 한 게 타당했느냐 부분에 대해서는 비판적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경고 이후 다시 징계할 수도 있는 것인데, 이후 드러난 것이 없어서 사직으로 끝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비공식 문건을 통해 문 전 판사의 비위 사실을 법원행정처 관계자에게 전달한 검찰의 처리 방식도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있다. 공문을 통한 정식 통보를 하지 않음으로써 이 사건이 묻히는 데 일조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대검 관계자는 "관련자가 입건된 경우 공문을 통해 해당 기관에 알리게 돼 있지만, 당시 문 전 판사는 그 경우는 아니었던 걸로 안다"며 "구두로 관련 내용을 전한 것이 아니라 문건 자체를 전달한 만큼 다른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