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257>
궁보무사 <257>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1.16 1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처녀 때 이런 일을 한 두 번 당했어야지"
24. 재수가 없으려니

글 리징 이 상 훈 / 그림 김 동 일

"그러지요. 그런데 지금 제 뱃속이 텅텅 빈 소리가 날 정도로 너무 출출하니 일단 채워놓고 봅시다."

외남 무사는 이렇게 말하며 음식상 앞에 털썩 앉았다.

"어머머! 지금 먹는 게 문제예요 제 얼굴이 두꺼비 낯짝처럼 망가지느냐 마느냐 하는 판인데."

애첩이 안달을 하며 말했다.

"어허! 사람이 먹을 걸 먹어야 무슨 힘이 생기던지 할 게 아니요 그 사악한 기운 덩어리는 천천히 뽑아내도 될 것이니. 자, 이 위에 그 오동통 살이 찐 엉덩이를 살짝 걸치듯이 앉아서 함께 먹읍시다."

외남 무사가 자기 두 무릎 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애첩에게 말했다.

"네에 저보고 그 무릎 위에 앉으라고요"

"어허! 싫으면 관 둬요. 내가 뭐 할 일이 없다고 여자를 무릎 위에 앉혀놓고 일부러 밥을 먹겠소"

"아이, 참. 이걸 어째!"

애첩은 잠시 망설이는 듯했지만, 그러나 자기 얼굴 피부가 이상해질거라는 그의 말에 겁이 났던지 치마를 위로 살짝 들어올리고는 외남 무사의 두 무릎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으음음."

애첩이 앉기가 무섭게 외남 무사의 왼쪽 손이 그녀의 젖가슴쪽으로 거침없이 더듬어 올라갔다.

"어머머! 이거 왜 이래요"

애첩이 깜짝 놀라며 외남 무사의 손을 거칠게 뿌리쳐댔다.

"어허! 이거 왜 이러십니까 원래 사악한 기운이라는 건 사람의 몸에서 가장 앞으로 돌출되어 있는 곳과 가장 깊숙이 패어져 있는 곳으로 모여지는 법이요. 지금부터 내가 그 사악한 기운이 한데 몰려 있는 곳을 이 손가락 기운만으로 뚫어 주리라."

외남 무사는 다른 한 손으로는 음식을 열심히 집어먹고 또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그 곳 부근을 열심히 부드럽게 더듬거나 주물러가며 말했다.

'어머머! 가, 가만있자.'

애첩은 순간 이런 생각이 퍼뜩 들었다.

'이 자식이 하는 짓거리 좀 봐라 솔직히 말하자면 나쁜 기가 몰려있는 곳을 뚫어주려는 게 아니라, 진짜로 뚫어주고 싶은 곳이 따로 있잖아 그리고, 방서라는 자는 내게 아예 관심조차도 보여주지 않았는데 도대체 뭐가 아쉬워 내게 그런 사악한 기운을 쏘아댄단 말인가 아무래도 이건.'

애첩은 외남 무사의 버릇없이 구는 손을 과감히 뿌리치며 앉았던 자리에서 발딱 일어났다.

"어 아니, 왜 그러오"

구운 돼지고기 한 점을 입안에 넣고 질겅질겅 씹어대던 외남 무사가 놀란 눈을 하며 물었다.

"흥! 사기를 쳐도 어느 정도껏 쳐야지. 야! 내가 네놈의 그따위 얄팍한 수작 모를 줄 아냐"

애첩이 외남 무사를 무섭게 째려보며 나무라듯이 외쳤다.

"아, 아니, 그게 무슨"

"사내놈 치고서 자기 두 무릎 위에 앉혀놓은 여자를 온전하게 가만히 놔두는 경우가 어디 있다든 흥! 내가 처녀 때 이런 일을 어디 한 두 번 당했어야지."

"그 그럼. 처녀 때에 그런 식으로 많이 당해 보셨단 말이요"

"어머머!"

애첩은 순간 자기가 말실수를 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나 어쩌랴 이미 입 밖으로 뱉어낸 말이니 도로 주워 담을 수도 없는 일이고.

"흥!"

애첩은 무안한 듯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더니 급히 방문을 열고 휭하니 뛰어 나가버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