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구의 동화속풍경
김경구의 동화속풍경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1.1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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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쌓인 눈이 채 녹지도 않았는데 또 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울타리 찔레덤불도 더 이상 눈의 무게를 지탱할 수 없는지 쌓였던 눈을 '쿵'하고 아래로 떨어뜨립니다. 그 소리에 놀란 장독대에 앉았던 참새가 '포르릉' 하고 대추나무 높은 곳으로 날아 앉습니다.

방학숙제를 하던 순미는 자꾸만 쌓여가는 눈 때문에 점점 걱정입니다.

왜냐하면 다음 주 월요일은 기차를 타고 제천 친척집으로 놀러가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엄마~ 제천 갈 수 있겠나."

"왜"

"눈이 산처럼 쌓여 기차 못 가면 어떡해.꼭 가야 되는디."

그렀습니다. 순미는 1년에 잘해야 고작 한 두 번 기차를 탔기 때문에 며칠 전부터 떨려오는 설렘에 잠을 설치기도 하고 기차를 타고 가는 꿈을 여러 차례 꾸기도 했습니다.

주황색 그물망에 탱글탱글한 귤과 또 나란히 담긴 삶은 계란을 먹는 꿈이었습니다. 다 먹고 마지막 남은 계란을 입 안에 넣으려다 그만 계란이 기차바닥에 떨어져 저만큼 뒹굴러 가는 꿈이었죠. 순미는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났고 꿈이 덜 깼는지 '아! 아까워라.'하며 중얼거리다 또 다시 스르르 잠이 들곤 했습니다. 방학 숙제를 다 하고 눈이 쌓여 밖에 나가 놀지 못해 심심한 순미는 방문 문고리와 뒷문 문고리에 검정 고무줄을 묶고 팔짝팔짝 뛰며 고무줄놀이를 합니다.

"아이고마. 뭔 소리여. 순미야 니 그러다 구들장 다 무너지겠구먼. 여 그만두지 못혀"

순미는 못 들은 척 살금살금 고무줄을 넘고 밟습니다.

"기찻길 옆 오막살이 아기 아기 잘도 잔다. 칙~ 폭 칙칙~ 폭폭~"

"으이구 내 못 살어 언능 그만두지 못혀."

아궁이에 불 때시던 어머니가 부엌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치셨지만, 순미의 마음은 벌써 제천을 향하고 있어 그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뱀 같은 긴 꼬리를 한 기차를 타고서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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