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256>
궁보무사 <256>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1.15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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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사악한 기운을 몸안에서 뽑아내야만 합니다"
23. 재수가 없으려니

글 리징 이 상 훈 / 그림 김 동 일

"네에 아니 왜 그러세요 저를 보고."

애첩이 예쁜 두 눈을 동그랗게 치뜨며 외남 무사를 빤히 올려다보았다.

"아. 아니 이 이럴 수가!"

외남 무사는 호들갑을 잠시 떨다가 다짜고짜 두 팔로 애첩을 덥석 끌어안으려고 했다.

"어머머! 이거 왜 이래요 놓으세요."

애첩은 자기 몸을 구렁이처럼 감싸 안으려는 외남 무사의 두 손을 재빨리 뿌리치며 노기 등등한 목소리로 다시 외쳤다.

"어젯밤은 피차 모르고서 그런 실수를 저질렀다고 하지만. 그러나 지금은 백주 대낮이에요. 어디서 감히 짐승 같은 짓거리를 하려고 내게 덤벼요"

그녀의 꾸지람에 외남 무사는 잠시 주춤거렸다. 지금과 같은 이런 광경만을 제 삼자가 볼 경우 이 애첩은 목숨을 다해 정절을 굳게 지키고자하는 아름답고 조신한 여자 같이 느껴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미안합니다. 그러나 제가 할 말은 해야겠네요. 지금 댁은 아주 큰 일이 나게 생겼어요."

외남 무사가 몹시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애첩에게 말했다.

"네에 큰일이라니요"

애첩은 외남 무사의 말에 깜짝 놀란 듯 두 눈을 다시 크게 떴다.

"놈이 아까 창밖으로 튀어 나가면서 비겁하게 이상한 기(氣)를 쏘아버렸습니다."

"이상한 기(氣)를 쏘았다니요 그. 그럼. 저에게 저에게 쏘았단 말이에요"

"그렇습니다. 자기가 먹지도 못하는 감이니 기왕이면 찔러라도 보자는 식으로 놈은 아주 사악(邪惡)한 기(氣)를 몰래 쏘아놓고 간 것이지요. 이건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잘 뜨이지 않지만 나 같이 무술에 능한 사람들은 바로 알아낼 수가 있습니다."

"저는 대체 그게 무슨 말씀인지 도통 모르겠는데. 조금만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겠어요"

애첩이 겁을 잔뜩 집어먹은 표정으로 온몸을 덜덜 떨어가며 외남 무사에게 다시 물었다.

"으음. 우선 그런 기(氣)가 사람 몸 안에 들어가 뱅글뱅글 맴돌다 보면 갑자기 속이 거북해지고 머리가 띵하면서 조금씩 어지러워지지요."

"어머. 그. 그리고요"

"그리고. 그런 기운이 몸 안에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여자의 아래 그곳으로 쏙 들어가게라도 된다면 자칫하다가 아기를 영영 못 갖게 되는 수가 있어요."

"어머머. 어찌 보면 그건 퍽 괜찮다는 생각도 드네요 애 낳고 그걸 키우는 게 굉장히 힘들고 괴롭다던데."

애첩은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 아니 오히려 그렇게라도 되었으면 좋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외남 무사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자 외남 무사는 허공에다 두 눈의 초점을 맞춘 채 잠시 한숨을 몰아내 쉬고나더니 천천히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 사악한 기운이 천천히 위로 올라가면 사람의 얼굴 가죽이 쭈글쭈글해져서 두꺼비 껍질처럼 되어버리는 수가 있지요. 마치 불에 덴것 같이 말입니다."

"네에 어머머! 그. 그러면 아주 큰일인데."

갑자기 애첩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러니까 지금 당장 그 사악한 기운을 댁의 몸 안에서 뽑아내야만 합니다."

"어머머! 큰일 났네! 어떻게 좀 해 보세요. 아이. 이걸 어쩌나."

비로소 애첩은 크게 겁을 먹은 듯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두 발을 동동 굴러댔다. 그도 그럴 것이 가진 밑천이라고는 오로지 반반한 얼굴 하나뿐 일진대 이것이 망가진다면 거의 죽으라는 소리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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