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보복에 경제 장관들은 뭐했나
사드 보복에 경제 장관들은 뭐했나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7.03.13 2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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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지난 주말 제주도에서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초대형 국제크루즈선을 타고 제주항에 입항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집단으로 하선을 거부했다. 관광객 수는 무려 3400여명이었다.

당연히 중국 정부의 입김에 따른 것이다. 이번 사태는 사드에 반발해 온 중국이 관광분야에서 자국민에게 취한 가장 강력한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중국 국가 여유국은 지난 1일 각 성의 관광 담당 국장들을 불러 중국 여행사들의 한국행 관광 상품 판매 중단을 지시했다. 기존 계약 상품도 이달 중순까지 모두 소진하도록 했으며 여행사들의 한국행 자유 여행 상품도 판매하지 말 것을 종용했다. 위반시 엄벌에 처하겠다는 지침도 하달했다.

당장 불똥이 튄 곳은 중국의 최고 인기 관광지인 제주도다. 한국 관광 금지 조치에 따라 15일부터 8월말까지 5개월여간 95차례의 제주 기항 예정이던 국제 크루즈 선이 기항을 취소해버렸다.

크루즈선 1척에서 제주도에 내리는 관광객이 평균 2300여명인 것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로 약 12만명이 제주 관광을 포기한 것이다. 12만명에서 그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제주도가 올해 유치 목표로 삼은 중국인 크루즈선 관광객 수는 모두 700회 150만명. 15일부터 중국 정부의 금한령이 발동하면 이들 모두가 제주 관광을 포기할 상황이다.

이번 크루즈선 기항 취소와 관계없이 제주의 관광 시장은 이미 시들어버렸다. 중국 관광객들의 발걸음은 이미 지난 겨울부터 잦아든 상태. 벌써 부동산업계엔 숙박업소와 상가가 매물로 나와있다는 소식이다. 제주뿐만이 아니다. 벌써 신문에는 서울 명동의 을씨년스러운 거리 모습이 사진 기사로 실리고 있다. 평소 매일 중국인들로 북적대던 명동 화장품 쇼핑거리와 종로의 한류 공연장도 한산하긴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이 전개되면서 국내 양대 항공사들도 중국 운항 노선을 축소하고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 항공은 중국 노선을 중형기에서 소형기로 교체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아예 노선 수를 줄이기로 했다. 텅 빈 여객기로 기름 값만 공중에 뿌리는 사태를 방지하려는 것이다.

양대 항공사의 중국 노선 매출은 아시아나가 전체의 20%, 대한항공이 13%나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전반적인 매출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임이 분명하다.

이런 지경인데 정부는 여전히 `생산성 제로'인 회의만 하고 있다. 사드는 2016년 1월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을 빌미로 등장했다. 1주일 후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안보를 위해 배치를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때부터 중국과 러시아는 일관성 있게 강한 반대 뜻을 밝혀왔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중국의 보복 조치에 대해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았다. 예상을 못했으니 대응할 준비조차 하지 않았다. 지난 8일 정부가 경제장관회의를 했다. 경제부총리 주재로 경제 부처 장관들이 모두 참석했는데 이 자리에서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에 대한 논의는 단 한마디도 없었다.

어제는 주형환 산업통상부장관이 기자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중국 상무부 장관이 바뀌면서 지난주에 취임 축하 서한을 보내며 가까운 시일에 만나자고 했다. 실무적으로 메시지를 보내고 (일정 등을) 협의중이다”

참 답답한 정부다. 인제야 겨우 만나자고 했다니. 만나주기나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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