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어 놓고 충북… 알맹이 없는 대권 주자들 눈총
덮어 놓고 충북… 알맹이 없는 대권 주자들 눈총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7.02.19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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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통계만 달달…지역 민심과 동떨어진 발언 연발 구설
차기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역대 대선 민심 '바로미터' 충북에 대한 잠룡들의 구애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역 민심과는 상반되는 견해를 내놓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엉뚱한 표현이나 비전을 제시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충북 방문의 효과를 스스로 반감시키고 있다.

19일 충북도와 지역 정치권 등에 따르면 지난 달 11일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시작으로 자유한국당 이인제 전 의원, 정운찬 전 총리,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민주당 안희정 충남지사 등 대선 주자들이 충북을 찾았다.

충북 음성 출신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귀국 하루 전날 충북을 찾아 반풍(潘風) 차단에 나서려 했던 문 전 대표는 되레 눈총을 샀다.

KTX세종역 신설에 관한 견해를 묻는 말에 그는 "사업타당성 연구용역 결과에 반드시 따라야 하는 건 아니다. 사업 타당성이 낮게 나와도 정책적으로는 (세종역 설치가)가능할 수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한 발 더 나아가 KTX 세종역을 간이역으로 설치하는 방안까지 언급했다.

국토부의 철도시설공단이 세종역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지난해 말부터 세종역 신설론은 충청권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KTX오송역과 공주역을 보유한 충북과 충남은 펄쩍 뛰고 있다.

충북과 충남, 세종시의 세종역을 둘러싼 첨예한 대립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문 전 대표의 사실상 세종역 신설 옹호 발언은 참석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충남 논산 출신의 이 전 의원이 지난 7일 같은 질문에 대해 "가까이에 KTX오송역이 있는데, (지역 간)이해관계의 충돌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정신 나간 이야기"라고 일축한 것과 크게 비교된다.

문 전 대표는 참여정부 시절 세종시 설치와 세종시 관문역 KTX오송역 설치를 결정한 장본인이다. 그가 돌아간 뒤 지역 언론은 "세종시를 설계한 당사자가 세종역에 관한 분명한 입장을 끝내 밝히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총리를 지내면서 세종시 수정안을 밀어붙였던 정 전 총리도 "오송역을 먼저 개발하기 전에 세종역을 설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으나 이 발언을 하는 과정에서 청주시 오송읍을 '충북 오송시'라고 잘못 말해 빈축을 샀다.

그는 "수도가 나뉜 것이 병의 근원이다. 비용을 고려하면 수도는 한 곳에 있어야 한다"며 수도를 세종시로 할지 서울로 할지 양자택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청의 거센 반발을 샀던 세종시 수정안의 재추진 의지를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15일 충북도청에서 기자들과 만난 안 전 대표 역시 세종역 신설에 관해 두루뭉술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KTX 건설 취지를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며 KTX오송역 위상 유지론에 힘을 실어주는 듯 하다가도 "지금 사업 타당성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니 그 결과를 기다려 보자는 입장"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충북도의회는 물론 충남도의회도 세종역 반대 투쟁에 가세한 상황이지만 안 지사는 "(자신의)입장을 내기보다 주체들의 효율과 시장의 원리에 따라 의사 결정이 되도록 지원하겠다"고만 했다.

그러면서 "정치가 과잉 결정을 하면, (상대 정당은)그걸 선거에 이용한다"면서 "다음 정부를 이끌 지도자들이, 대통령(후보가)이 그런 주제의 가부를 결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세종시와 충청권 주민 갈등을 야기 중인 '뜨거운 감자'를 구석으로 치워두려는 유력 대권 주자들의 이같은 태도를 지켜보는 지역 언론과 시민사회단체의 시선은 곱지 않다.

충북도와 도내 시·군이 머리를 맞대고 마련한 대선 공약 건의에 대해서도 '공부'가 부족해 보인다. "충북 공약을 제시해 달라"는 질문에 대한 잠룡 대부분의 답변은 "아직…"이다.

"충북 도민의 마음을 얻어야 본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진부한 지지호소를 이어가면서 개헌 추진 또는 지방분권 강화, 지역주의 타파 등 총론형 공약만 곁들일 뿐이다.

안 지사 등 일부 주자는 "충북 도민이 제시하는 사업을 공약에 담겠다"는 '백지수표'를 내놓기도 했으나 준비 부족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충북 시민사회단체의 한 관계자는 "충북 경제 관련 통계과 구제역, 세종역 등 현안들만 줄줄 외우고 찾아와 지역에 대해 잘 아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는데 설득력은 떨어진다"면서 "선거 때만 되면 민심 바로미터라고 치켜세우는 충북을 대하는, 진정성 있는 태도로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충북이 각 정당과 잠룡들에게 제시한 지역 공약은 11가지다. 중부고속도로 확장, 충북선 철도 고속화, 청주해양과학관 건립, 경부고속도로 남이~천안 구간 확장, KTX세종역 설치 백지화, 동서·충청내륙고속화도로와 중부내륙철도 조기 완공, 청주공항 경쟁력 강화, 오송바이오복합타운 조성, 스포츠·무예 인프라 구축, 대청호 복합관광단지조성, 진천 국가산단조성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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