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254>
궁보무사 <25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1.10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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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가 다시 부를때까지 물러가 있도록 하라"
20. 재수가 없으려니

글 리징 이 상 훈 / 그림 김 동 일

"네 이놈! 어디서 감히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을 하려 드느냐"

창리 대신이 벼락같은 큰소리로 방서를 꾸짖었다.

"네에 거짓말이라니요 저는 거짓말이라는 건 당최 모르고 사는 사람이옵니다."

방서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하, 요놈이 계속 얕은꾀를 부린다. 내 대강 추측은 했었다만, 사리 성주의 딸이 정말로 아래 그곳이 뽑혀졌는지 아닌지는 함부로 확인될 수 없을 것이니 네놈이 지금 이런 배짱을 부리는 게 아니냐"

창리 대신이 엄한 목소리로 방서를 다시 꾸짖었다.

"하아! 정말이라니까요. 손에 뭐라도 좀 잡히는 게 있어야 제가 뽑든지 말든지 할 게 아닙니까 오죽하면 제가 죽을 고생을 다해가며 거기까지 몰래 들어갔다가 빈손으로 그냥 나왔겠습니까"

방서가 당당하게 맞받아 치듯이 말했다. 지금 방서가 이토록 자신만만하게 말을 하는 데에는 그 나름대로 믿는 구석이 있었다. 그때 소수성에 무사 시험을 보러 들어갔다가 단지 키가 작고 못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응시해 볼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몇몇 사내들과 함께 성 밖으로 쫓겨나가면서 방서는 어느 누가 사리 성주에 대한 분풀이로 이렇게 떠들어대는 걸 우연히 듣게 되었다.

"저 사리 성주의 딸내미 아래가 완전히 백(白)이라는 사실 잘 모르고 있지"

"백 아니, 그럼 그곳에 터럭 한 올 없이 완전히 밋밋하단 말이야"

"그렇다네."

"어허! 자네가 그걸 어떻게 아나 가서 직접 보기라도 했나"

"내가 본거야 아니지만 사리 성주 딸을 모시고 있는 시녀들은 죄다 알고 있다더구만."

"에이, 그냥 하는 말이겠지. 뭘 가지고 그걸 믿나"

"정말이래."

"혹시 헛소문일지도 모르지 않나"

"어허! 정말이라니까. 그 딸내미 목욕물을 데워주는 여자들까지도 그걸 봤대나봐."

"야!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냐 우린 지금 거지꼴로 쫓겨나가는 판인데."

물론 방서는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아무래도 좋았다. 창리 대신의 말마따나 어느 누가 감히 사리 성주의 딸내미를 찾아가서 그걸 확인해 보겠는가. 그리고 설령 확인됐더라도 어찌 그걸 공개하겠는가.

"으으음."

창리 대신은 뭔가 마땅치 않은 듯 가벼운 신음을 내며 머리를 갸웃거리더니 슬그머니 오근장 성주의 눈치를 살폈다. 오근장 성주 역시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마침내 결심한 듯 이렇게 다시 입을 열었다.



"좋다. 방서! 네가 그렇게 바득바득 우겨대니 우리들로서는 일단 그렇다고 인정을 해 줄 수밖에 없구나. 그러나 한 가지만큼은 확실하게 확인해 보자꾸나. 이것이 사리 성주에게서 뽑아온 수염이 분명하냐"

"네. 그렇습니다."

"나는 이에 대한 사실 여부를 늦어도 오늘 저녁밥을 들기 전까지 알아낼 수가 있다. 만약 이것이 거짓이라고 판명된다면 방서 너는 어쩔 셈이냐"

오근장 성주가 근엄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방서에게 물었다.

"만약 그것이 거짓이라고 한다면 저는 기꺼이 제 목숨을 내놓겠습니다."

"으음. 좋다. 그럼 너는 내가 다시 부를 때까지 물러가 있도록 하라."

오근장 성주의 말에 방서는 정중히 인사를 하고는 자리를 물러갔다.

그가 밖으로 멀리 나간 것을 확인하고 난 오근장 성주는 창리를 불러 이렇게 속삭이듯이 말했다.

"자네가 소수성 사리성주에게 사람을 직접 보내어 확인해 보게나. 내가 선물을 보냈다고 하면 사리 성주는 대번에 버선발로 뛰어나올 사람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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